서울 홍대 주차장 골목 한가운데 자리잡은 '카페꼼마'는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어 평일 500여명, 주말에는 700~8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난 15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평일 낮인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이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최근 문학과지성사, 창비도 나란히 홍대 일대에 북카페 'KAMA', '인문까페 창비'를 열었다. 다음주 주말에는 자음과모음이 합정역 근처에 마련한 새 사옥 1층에 북카페 '자음과모음'을 연다. 문학 분야 주요 출판사들이 북카페 만들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형국이다.
홍대 일대 상권이 급성장하며 한때 유행처럼 생겼던 북카페는 몇 군데를 제외하고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몇 시간씩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는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고 책 구입비 등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카페를 기획하거나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북카페를 갖는 건 꿈"이라고 말한다. 출판사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독자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카페꼼마' 대표 장으뜸씨는 오랜 기간 문학동네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다 사표를 냈으나, 북카페를 운영하게 해준다는 출판사의 제의에 재입사했을 정도다. 여기에 북콘서트, 낭독회, 독자와의 만남 등 문화행사가 도서 홍보 전략으로 적극 활용되는 최근 출판계 흐름도 작용했다. 매번 장소를 빌리기보다는 북카페를 직접 운영하는 편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행사를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도 된다는 것이다.
'카페꼼마'는 북카페로 시작했다가 손꼽히는 명소로까지 발전한 경우다. 분위기 좋고 커피맛 좋은 카페들이 지천으로 널린 이 일대에서 '카페꼼마'가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데는, 1,2층을 터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15단 책장이 큰 몫을 했다. 문학동네와 계열사에서 발행한 책 5,000여권이 알록달록 빼곡히 꽂힌 책장은 통유리를 통해 바깥 거리에서도 훤히 들여다 보여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그 덕에 김연아가 나오는 맥심커피 CF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 빌리려는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출판사 관련 문화행사도 자제해야 할 형편. 대표 장으뜸씨는 "멀리서 카페를 보려고 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행사 때문에 되돌아가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문화행사를 월 3회 이하로 줄이고 촬영 요청도 가급적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퍼브 도서'(서점에 납품된 지 오래돼 출판사로 되돌아 온 재고)를 반값에 팔기도 하는데, 카페를 찾는 이들이 많아 출판사와 도서 홍보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인문까페 창비'는 출판사 인프라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북카페다. 창비에서 출간된 1,500여종의 책을 전시, 판매하고 일주일에 두 번 꼴로 소설가 공지영, 역사학자 유홍준, 문학평론가 백낙청, 법학자 김두식 등 저자들의 북콘서트, 낭독회, 강연회 등을 연다.
매니저 정지연씨는 "북카페 운영은 계간 <창작과비평> 정기구독자들께 보답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북카페 혜택을 통해 정기구독자를 더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정기구독자에게는 창비 도서 40% 할인과 함께 출판사 행사에 우선적으로 초대하고 행사에 참석하면 무료로 음료를 제공하는 혜택을 준다. 창비 홈페이지 온라인회원만 가입해도 신간도서와 음료는 10%, 구간도서는 20% 할인해 준다. 파격적인 혜택에 보름 만에 북카페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 30여명이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정씨는 "전체 매출에서 커피와 책 판매액 비율이 6대 4"라며 "책 읽고 개인 업무 보는 북카페가 많지만, 이곳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인문까페'라고 이름 붙였다"고 말했다.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사가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 문지문화원사이는 지난해 10월 다원예술(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혼용해 만든 예술) 자료 아카이브 공간 'KAMA'를 만들고, 한 켠에 북카페를 차렸다. 각 분야 예술전문가들이 협업한 작품과 공연 자료 50여점,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한 도서 1,000여권을 전시했다. 음료는 2,000~3,000원대로 북카페 중에서 가장 싸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 아는 사람만 찾는다. 관리부장 김용운씨는 "소설가, 비평가, 화가가 협업으로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방식의 다원예술 행사를 1년에 5~6차례 연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카페를 열면서 인문예술 계간잡지 도 발간하고 있다.
자음과모음은 지난 주 합정동으로 사옥을 옮기며 1층에 북카페 '자음과모음'을 차렸다. 출판사 책 5,000여권을 전시하고 인터넷 카페 독자들을 초대해 북콘서트, 강연, 낭독회 등을 일주일에 한번씩 열 계획이다. 주간 정은영씨는 "동네 서점이 없어지고 있어 책을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음료 쿠폰을 모아 오면 책을 드리거나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구간도서를 모아 벼룩시장을 여는 등 도서 관련 프로모션도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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