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 항만설계는 15만톤급 크루즈 선박 입ㆍ출항이 사실상 부적합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제주도가 이날 공개한 국무총리실 산하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 입ㆍ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기술검증 결과보고서에서 밝혀졌다.
검증위는 민ㆍ군 복합항 설계에 적용된 기준에 문제가 있고,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입출항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검증위가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내용은 항만의 입ㆍ출항 한계풍속(최대 풍속), 크루즈 선박의 횡풍압(선박이 옆으로 받는 바람의 압력) 면적, 선박 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항로 법선 등이다.
검증위는 해군기지의 항만설계 최대 풍속은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초속 14m로 하는 게 적정하나 제주기지는 초속 7.7m로 설계됐다며 초속 14m를 적용해 선박이 항만에 접안했다 출항하는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즈선의 통항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횡풍압 면적도 설계보고서에 나와 있는 8,584.8㎡가 아니라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의 실제적인 횡풍압 면적인 1만3,223.8㎡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검증위는 밝혔다. 또 항만입구부의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률반경과 항로 폭을 고려해 볼 때 여객선이 항만에 입출항하기에 적정하지 않으므로 항로법선을 설계기준에 맞도록 교각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검증위는 또 현재의 설계 조건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운항난이도는 15만톤급 크루즈 여객선이 서방파제를 입ㆍ출항할 때의 운항난이도(기준 1~7등급)가 각각 7, 6등급으로 최고 난이도에 해당돼 자유롭게 입ㆍ출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증위는 그러나 현재의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만 구조물 재배치와 강력한 예인선 배치를 반영, 선박의 통항 안정성과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검증위가 공식적으로 설계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해군이 그 동안 줄곧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해군기지 설계의 재검증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는 정부나 해군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재검증이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온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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