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를 높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대출금리를 낮추기도 어렵고.'
금융지주 저축은행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낮은 조달금리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서 예금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출금리도 마음대로 낮출 수 없는 처지다. 금융지주의 우산을 쓰고 급속도로 몸집을 키울 것이란 당초 예상도 빗나가기 시작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ㆍKBㆍ신한ㆍ하나 등 4개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금리는 1년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4.0~4.3%에 불과하다. 3%대인 시중은행 창구보다는 높지만 일반 저축은행보다는 최대 1%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심지어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스마트폰 전용 정기예금 금리(4.30~4.73%)에도 못 미치는 상황. 저축은행의 최대 장점이 은행보다 높은 예ㆍ적금 금리인데 고객을 끌어들일 유인이 별로 없는 셈이다. 당연히 예금고객 유치에 애를 먹는다. 신규 고객이 늘어나기는커녕 기존 고객의 재예치율도 10%가 채 안 된다.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낮은 조달금리 때문.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 저축은행의 조달금리가 통상 4~5%인데 금융지주 저축은행은 회사 신용도 덕에 이 보다 0.5%포인트 가량 낮은 금리에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고금리로 고객 돈을 끌어 모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금융지주 저축은행들은 낮은 조달금리의 이점을 살려 10%대 저금리 대출을 선보이겠다고 밝혀왔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를 금융당국 탓으로 돌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6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10%대 대출 상품을 팔았을 경우 나중에 금융감독원의 지도, 단속 등에서 불이익이 올 수 있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금융당국에 상품 출시 전 의견을 타진했는데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저축은행 인수를 압박할 때는 은행과의 연계 영업 범위도 넓혀줄 것처럼 말하더니 지금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금융당국의 '당근'을 기대하고 부실저축은행을 경쟁적으로 샀는데, 혜택은커녕 오히려 규제만 심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설명은 다르다. 상품은 금융당국에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는데 자산건전성 등 내부 사정상 출시를 못하는 것임에도 괜히 당국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상품 출시를 위해 약관 심사를 요청한 곳은 지금껏 한 군데도 없었다"며 "저신용자한테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박수 받을 일이지만 무리한 대출 영업 등으로 회사가 손실이 나면 부실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은행 연계 영업에 대해선 "은행 창구에서 자회사 저축은행의 대출 상품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가능하지만, 고객의 대출 신청 서류를 직접 심사하거나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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