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의 최종 종착지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에까지 칼날을 겨눌 수 있을까.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박 전 의장 조사는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법처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검찰은 김 전 수석에 대한 조사를 끝낸 16일 현재 "박 전 의장에 대한 조사 방식은 물론 조사 여부조차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지만, 박 전 의장 소환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수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김 전 수석 등은 모두 박 전 의장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 살포에 개입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그 정점에 있는 박 전 의장에 대한 조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할 경우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수사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흠결이 생기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사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환조사 이후 사법처리 여부다. 검찰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은 박 전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와 은평구 구의원들의 진술 덕분이다. 이들이 돈 봉투 살포에 김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직접 진술을 했고, 검찰은 이를 뒷받침할 정황 증거를 확보하면서 어렵사리 김 전 수석을 피의자로 조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전 의장이 개입했다는 진술이나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직전 수천만원을 선거 캠프로 보내기까지 한 박 전 의장이 여러 정황상 돈 봉투 살포를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지만, 법적으로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돈 봉투를 전달한 실무진과 박 전 의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는 김 전 수석도 박 전 의장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박 전 의장을 기소하더라도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 검찰이 처한 딜레마인 셈이다.
김 전 수석 신병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김 전 수석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마당에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정당법 50조로 처벌된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검찰이 영장 청구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안병용 위원장의 경우 같은 법 조항이 적용돼 이미 구속된 상태인데다, 안 위원장에게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윗선'인 김 수석은 불구속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금권선거를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검찰이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김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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