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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서 개발한 씨감자가 북한 장려품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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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서 개발한 씨감자가 북한 장려품종으로

입력
2012.02.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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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씨감자 품종이 북한 토양과 기후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분단 후 처음으로 남한 개발품종이 북한 농업의 '장려 품종'이 돼 남북 교류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16일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와 월드비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북한을 방문한 월드비전 방북단 중 농업전문가들이 북한 농업과학원을 방문해 '두벌감자 2호'라는 씨감자 품종이 황해도 남부 등 5개 지역에서 농가에 보급되는 등 기존 북한 품종을 대체하는 장려품종으로 지정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본 '두벌감자 2호'는 고령지농업연구센터가 1999년 개발한 뒤 북한 식량난 타개를 돕기 위해 2000년부터 씨감자 생산 기술을 지원할 때 제공한 '추백'의 북한식 이름이다.

농업연구 전문가들은 "분단 이후 남북 교류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경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두벌감자 2호'의 북한 내 재배면적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감자가 쌀, 옥수수와 함께 북한의 3대 주식이라는 점과 농가에까지 보급된 점을 볼 때 남한의 선진 농업기술이 북한 식량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백'은 고령지농업연구센터가 국내에서 개발한 이모작 가능 품종이지만 국내에서는 보급이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다.

'추백'의 북한 보급과 관련 눈길을 끄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품종 개발자인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조현묵 박사가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4월 북한을 방문해 이 사실을 이미 확인했던 것이 이번에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조박사는 당시 남북 관계가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자신이 공무원 신분인 점을 고려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2009년 3월 개성에서 북한 측과 '씨감자 생산을 위한 기술 교류협력' 회의를 끝으로 씨감자 지원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두벌감자 2호'의 보급 상황은 알 길이 없었지만 그 동안 북한이 자체적으로 증식작업과 시험재배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이 '추백'을 보급종으로 결정한 것도 의외였다. '추백'은 남한 남부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지만 기후와 토양이 다른 북한에서 성공적으로 생장할 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남북 관계의 특수성상 북한이 '추백'을 활용할 지 여부도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두벌감자 2호'는 봄철에 특히 식량난이 심한 북한에 꼭 필요한 작물이었다. 조생종인 '두벌감자 2호'는 3월에 심어 80일만인 6월에 수확이 가능하고 곧바로 논농사에 돌입할 수 있어 토지 이용도를 높일 수 있다.

2005년부터 씨감자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조박사는 "이념을 떠나 먹고 사는 문제는 근본"이라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남북 교류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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