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두꺼비 돌 맞은 격이다. 10가구 중 3곳이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 돈을 꿀 수 없는 현실인데, 국내 대부시장의 절반 가량(47%)을 점유한 대부업체 4곳이 결국 영업정지를 당했다. 대부업체가 규정을 어긴 만큼 제재는 당연하지만 서민 입장에선 요긴한 급전마련 통로가 막힌 꼴이다. 파장이 예상되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책마련과 진화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청은 16일 법정 최고이자율(39%)을 위반한 국내 1, 2위 업체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산와대부(산와머니)와 미즈사랑대부, 원캐싱대부 등에 3월 5일부터 6개월간 영업정지를 통보했다. 기존 고객 관련 업무(만기연장, 이자수납 등)는 가능하지만 새로 돈을 빌려주는 일체의 영업행위(신규 및 증액 대출)와 광고는 할 수 없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말부터 준(準) 영업정지 상태다. 자숙 차원에서 신규 대출을 평소의 10분의 1로 줄였는데, 다음달부터는 이마저도 끊기게 된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이미 피해액을 모두 보상했고,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해도 최소한도로 대출하고 있다"며 "50만이 넘는 고객을 거느린 업체와 이용고객에게 가혹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은행 대출 신청자 중 22.6%는 필요액의 일부만 대출 받았고, 5.9%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들의 절반(50.5%)은 결국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비(非)은행권을 이용해 부족한 돈을 추가로 빌렸다. 사채(21.5%)를 쓰거나, 아예 대출을 포기(19%)하기도 했다. 은행 문턱이 높은 서민에게 최후의 보루였던 대부업체들이 심사를 강화하거나 대출을 축소해 사채나 대출포기 비율이 높아졌을 개연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판단은 다르다. 해당 업체 이용자의 신용등급이 비교적 양호(1~6등급 44.2%)한데다, 급여소득자가 많다(72.5%)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해당업체의 대출잔액은 감소한 반면 저축은행과 다른 대부업체의 대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정지 예고로 서민들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큰 문제가 없었다는 의미다.
추가대책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은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및 공적중개기관(한국이지론)을 활성화하고, 서민금융회사들의 대출 증대를 통해 서민들에게 원활하게 자금이 공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대부업체들은 강남구청의 처분에 소송을 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은 진심으로 반성하나 자칫 이번 처분이 형사상 판단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업체들은 경찰에도 형사고발이 된 터라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으면 등록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 행정소송은 일체의 대출금 회수로 혼란이 예상되는 퇴출만은 막겠다는 업체의 고육지책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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