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 일어날 때 유독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심하면 눈 앞이 하얘지면서 일어나다 말고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한다. 노인들이 실신하는 이유 중 3분의 1 가량이 바로 이런 증상 때문이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다.
자세 변화만으로도 혈압이 떨어지는 이런 증상은 따로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불린다. 건강한 사람도 자세가 바뀌면 혈압이 약간 올라가기도 하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다. 누운 자세와 선 자세에서 잰 혈압을 비교했을 때 일어나서 2분 뒤 잰 혈압이 누워서 잰 수치보다 20mmHg 이상 떨어지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본다. 평소에 쟀을 때 최고 혈압이 100mmHg 이하, 최저 혈압이 60mmHg 이하인 경우를 말하는 일반적인 저혈압과는 좀 다르다.
사람이 눕거나 앉아 있을 때는 혈액이 다리 쪽으로 많이 옮겨간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서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심장에서 뇌로 가야 할 혈액이 부족해져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립성 저혈압이 쉽게 생기는 사람은 평소 만성질환으로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노년층이다. 서울시 북부병원 신경과 부선희 과장은 "혈압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제 등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당뇨병이나 알코올 때문에 신경질환이 생긴 경우, 가족 중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경우 어지럼증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약 때문에 기립성 저혈압이 생겼다면 의사와 상의해 약을 바꾸거나 잠시 끊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평소 눕거나 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또 잘 때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리고 자면 이른 아침에 어지럼증이 덜할 수 있다. 식사를 소량으로 나눠서 하고, 약간 짠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