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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차기 총재직 미국-신흥국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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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차기 총재직 미국-신흥국 기싸움

입력
2012.02.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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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졸릭(58) 세계은행 총재가 15일 6월 말 사퇴 뜻을 공식화하면서 후임 총재를 두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신경전이 뜨겁다.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인 미국은 관행대로 차기 총재는 미국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브라질 등 신흥국은 이번만큼은 선진국의 독식을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영향력이 막강한 국제기구인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총재직은 미국과 유럽이 각각 양분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졸릭 총재 사퇴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 또 다른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졸릭 총재는 이날 성명을 내고 “5년간의 임기가 끝나는 6월말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며 “유능하고 경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계적인 기관을 이끌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졸릭 총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압력설에 대해 “순전히 내가 내린 결정”이라며 “총재에서 물러난 뒤 무엇을 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폴 월포위츠 전 총재에 이어 2007년 7월부터 세계은행을 이끌어 왔다.

차기 총재 후보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거론된다. 미국은 “수주일 내 후보자를 추천할 것”이라며 “여전히 세계은행을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MF 총재는 유럽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도맡아 온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구상에 신흥국은 거세게 반발한다. 브릭스(BRICs) 중 하나인 브라질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은 “세계은행 총재를 특정 국가 출신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은 자국 출신이 총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할 테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브릭스는 지난해 IMF 총재 선출 당시에도 “출신 국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스스로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낸 적이 있어 이번에도 공동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옥스팜과 유로대드 등 국제 비정부기구들도 “출신 국가가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선출해야 한다”며 신흥국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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