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15일(현지시간) 27년 만에 아이오와주를 다시 찾았다. 1985년에는 허베이성(河北省) 공무원 신분으로 농업기술을 배우러 조용히 왔지만, 이번에는 중국 차기 지도자로서 160명의 수행원과 언론을 이끌고 방문했다. 그의 방문은 59년 9월 아이오와를 찾은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은 ‘콘필드(옥수수밭) 외교’에 비견된다. 냉전이 맹위를 떨치던 때 흐루시초프는 아이오와 농민들과 대화를 나눈 뒤 “그런 대화가 미소간 껄끄러운 문제들을 유연하게 만들고 상호이해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53년이 흐른 지금 중국 차기 지도자도 흐루시초프가 그랬듯 ‘인간적인 중국인’모습으로 미국인의 마음을 사고 있다.
이날 저녁 주도인 디모인에서 테리 브랜스타드 주지사 주최로 열린 만찬에는 중서부 지역 주지사들과 현지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진핑이 이끈 경제사절단은 60억달러 규모의 콩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중서부 콘벨트(옥수수지대)에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시진핑의 콘필드 외교는 시골마을 머스카틴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는 디모인으로 가기 앞서 85년 2주간 체류한 머스카틴에 들러 당시 주민 17명과 재회하고 차를 대접했다. 머문 시간은 1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27년 전 환대를 잊지 않고 찾아와 고마움을 표하는 시진핑의 모습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인, 인간적인 중국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시진핑에게 아들 방을 숙소로 제공했던 엘리너 드보르차크는 “일부러 찾아온 것에 깜짝 놀랐다”며 “당시 31세이던 시진핑은 겸손하고 모든 것을 즉각 수용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중국은 시진핑의 아이오와 방문 배경이 머스카틴에 대한 좋은 추억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래 중국 지도자가 미국 주민들과 나누는 깊은 유대를 미국인은 물론 중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자 선전용 이벤트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시진핑은 적어도 경직된 현재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는 다르다는 것을 미국에 확인시킨 것으로 평가 된다.
중서부 농업지대인 아이오와는 일찍부터 종자개발, 비료 농법 등으로 세계의 식량 수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도 옥수수, 콩, 돼지고기, 달걀, 에탄올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다. 중서부 콘벨트 중심지에서 자본주의 농업기술을 목격한 흐루시초프는 “농업은 미국의 최고의 성공이자 공산주의의 최대 실패”라고 선언했다. 시진핑은 16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조종되는 트랙터 등 아이오와의 선진 농법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번에도 곡물이 평화의 매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