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들은 지금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지난 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은 거뒀지만, 업체들은 점점 더 몸을 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부정적 인식이 커졌고, 이로 인해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 게임사들은 규제가 적은 해외 쪽에 사실상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 결과, 대체로 양호한 성과를 냈지만 업계 내 순위에선 상당한 지각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의 1위 독주체제가 더욱 굳건해진 가운데 국내 온라인게임의 맏형 격인 엔씨소프트는 어느 새 4위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해외 쪽에서 승부가 갈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주력한 넥슨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선전하면서 1조2,1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업계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특히 해외매출이 국내(4,1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8,100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중국에서만 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오위즈게임즈도 중국 등 해외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에 힘입어 총 6,6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덕에 네오위즈게임즈는 전년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국내 온라인게임의 원조격인 NHN한게임과 엔씨소프트는 상대적으로 해외비중이 30%에 머물러 있어 3,4위에 그쳤다.
한게임의 경우 고스톱, 바둑 등 웹보드 게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지난해 최대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테라'를 내놓아 6,4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위를 겨우 유지했다.
온라인게임의 아이콘격인 엔씨소프트는 사정이 더 나쁘다. 지난해 6,0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게임업체로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적을 거뒀다. 신작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출시가 지연됐기 때문인데, 그 결과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아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
사실 이 정도 실적이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체들은 향후 전망을 극히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데, 학교폭력과 청소년 과몰입 문제로 인해 정부규제가 점점 더 강도 높게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과연 국내에서 안정적 게임서비스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스럽다"면서 "게임의 산업적 순기능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넥슨만해도 부동의 1위 업체로 자리잡았지만, 청소년 이용비율이 타 업체보다 높아 규제 체감도가 훨씬 큰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신작출시도 뜸하다. 넥슨은 수년간 제대로 된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엔씨소프트 역시 신작지연으로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업계 관계자는 "핑계 같지만 워낙 규제가 심하다 보니 신작출시의 동기 자체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작을 내지 못하는 게임업체는 결코 지속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이제 해외쪽으로 탈출구를 삼고 있다. 새 시장개척 측면도 있지만 덩어리 규제를 받는 국내시장에선 추가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내 비중이 높아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NHN한게임과 엔씨소프트는 올해 사활을 걸고 해외쪽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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