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지식이 아니라 운에 따라 점수가 나오는 시험이라고 하더라고요."
중등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김대호(28)씨는 15일 신문에서 '내년부터 한국사능력검정 인증(3급)이 있어야 임용고시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는 교육과학기술부 발표를 읽고 걱정이 앞섰다. 한국사시험의 합격률이 10%대에서 70%대까지 들쑥날쑥할 정도로 난이도 조절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국사시험은 로또시험"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행정고시ㆍ외무고시(2급 이상)에 이어 내년엔 임용고시 응시자격에 추가되는 등 한국사시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난이도' 때문에 학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항의민원에 시험 일자가 바뀌는 파행운영까지 빚고 있다.
출제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4차례 시험의 합격률은 고급(1ㆍ2급)의 경우 58.55%, 42.64%, 23.81%, 68.99%로 오락가락했다. 중급(3ㆍ4급)은 더 심해 같은 기간 합격률이 19.99%에서 73.32%까지 벌어졌다. 한국사시험은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해 2006년 11월 도입된 시험으로, 고급 중급 초급(5ㆍ6급)을 선택해 100점 만점 중 60~69점은 2급, 4급, 6급으로 70점 이상은 1급, 3급, 5급으로 인증된다.
합격률이 바닥을 쳤던 지난해 10월 13회 시험 후에는 행시 준비생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사 2급을 못 받아 행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이들이 2월로 예정돼 있던 한국사시험의 조기시행을 요구한 것. 결국 지난 1월 14일 예정에도 없던 시험이 시행됐다. 더구나 이 시험의 합격률(68.99%)은 직전 시험(23.8%)의 3배로 뛰어 항의했던 행시 수험생을 위해 일부러 쉽게 출제한 것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았다.
행시를 준비하는 조모(29)씨는 "한국사시험을 행시에 반영한다는 2년 전 공고를 보고 행시 공부시간을 쪼개가며 미리 따놓았는데, 항의가 있다고 갑자기 시험을 만들고 쉽게 출제를 하면 성실히 준비한 나 같은 사람이 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임용고시 준비생인 강미진(25)씨는 "응시자격 요건이 되는 시험이라면 난이도 조절은 기본인데 현실이 이러니 어느 수준에 맞춰 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있는 임용고시 일정에 맞추려면 한국사시험을 칠 기회는 2번(연4회 실시)밖에 없다"며 초조해 했다.
현재 한국사시험 출제에 참여하는 위원은 국사 전공 교수ㆍ교사를 포함해 평균 25명.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는 "시험 도입 초반엔 반영하는 곳도 적고 필수 자격시험의 성격이 없어 난이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난이도를 점검하는 출제위원을 늘리고 출제범위를 정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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