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재외국민 선거 등록자가 추정 대상자의 5.57%인 12만 4,350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선거인명부 확정 때까지 미세한 변화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실제로 선거권을 행사할 재외국민은 이보다도 훨씬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불변이다.
국내 유권자들의 각종 국정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나 교육감 선거 투표율에 비추어도 크게 낮은 비율이고, 관련 선거관리 비용이 200억원은 넘을 것이라니 ‘표의 비경제성’도 두드러진다. 중앙선관위의 집계 발표 이후 재외국민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거세게 고개를 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회의론이나 비판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이런 문제는 제도 도입 당시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어서 그리 새로울 게 없다. 오히려 제도 도입의 직접적 계기인 2007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너무 일찍 잊어버린 듯해 안타깝고, 제도 정착에 불가결한 사회적 신뢰 축적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재외국민의 국정선거 참여 길을 튼 2009년의 공직선거법 개정은 구법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불가피한 귀결이었다. 당시 결정에서 헌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선거권이 얼마나 중요한 기본권인지부터 일깨웠다. 이런 중대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에 대한 합헌성 심사 강도는 엄격해야 하고, 특히 보통선거 원칙에 반하는 선거권 제한이라면 헌법 37조 2항이 규정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한층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되새기는 것은 재외국민 선거에 대한 회의ㆍ비판론이 제도의 방향성을 착각한 듯해서다. 헌재 결정과 국회 입법에 따른 제도 도입은 재외국민 선거권에 대한 위헌적 제약, 즉 부당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없애라는 소극적 보장의 명령이지, 최대 다수의 기본권 실현을 담보하라는 적극적 명령이 아니다. 권리 실현에 관심을 보이는 재외국민이 5%가 아니라 단 1%라도 나머지 99%의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들의 존재를 들어 자칫 기본권 침해를 부를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말하기는 어렵다. 눈길을 틀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100% 차단됐고, 첫 제도 시행에서 벌써 5%의 재외국민이 적극적 권리 실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런 의미가 작지 않은 일을 두고 비용을 따지기는 어딘가 쑥스럽다. 또 일부 거론된 선거 관리의 어려움 등도 부질없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나 국가의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 등이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하는 사유일 수 없다’는 게 당시 헌재의 결정이었다.
이제 와서 뒤늦게 병역이나 납세 의무와 선거권과의 밀접한 관계를 들어 재외국민 선거권에 의문을 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007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1999년 6월 28일의 합헌결정이 근거로 삼았던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동포의 문제, 선거 공정성, 선거 관리의 기술적 어려움, 병역ㆍ납세 의무와 선거권의 밀접한 관련성 등을 하나하나 뒤집어 내쳤다.
이 점은 헌재의 결정 또한 불변의 고정 잣대일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만하다. 주권자인 국민의 인식,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헌법 자체의 변화까지 부를 수 있으니 헌법 해석의 변경 가능성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99년 결정을 완전히 뒤집은 2007년 결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가 기본권 인식을 크게 확장해왔던 역사적 실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기본권 인식 확장 추세가 반전했다는 아무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역행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헛일이다.
현재의 비판론에서는 한국사회 특유의 조급증만 강하다. 조금은 느긋한 눈으로 4월 총선과 연말 대선은 물론이고 두어 차례 더 국정선거를 지켜보자. 힘이 남아 재외국민의 선거 참여 의욕을 부추길 다양한 기술적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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