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고금리 가계대출에만 몰두하는 얌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권의 전체 대출 중 기업대출은 582조6,000억원, 가계대출은 445조1,000억원으로 그 비중이 각각 55%와 42%였다. 그러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거꾸로 가계대출액이 기업대출의 3배나 되며 씨티은행 역시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의 2배에 육박했다. 자금 공급을 통해 산업활동을 지원하는 생산적 역할을 외면한 채 손쉬운 이자놀이만 한 셈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가계대출의 금리까지 더 비싸게 받아 온 것으로 지적됐다. 일례로 예대마진을 보면 씨티은행이 4.07%, 외환은행이 3.52%로 전체 평균 2.97%를 크게 웃돌았다. 신용대출 고금리 영업은 더 심각해 씨티은행 상품의 금리는 연 최고 16%로, 유사한 기업은행 상품의 최고금리 7.66%의 두 배에 이르렀다. 외국계 은행들은 이런 식으로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사회공헌활동은 극히 미미해 ‘먹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물론 외국계 은행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은행권의 부당 영업 문제가 외국계 은행들에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은행들은 국내 모든 경제주체들이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전체 순이익은 12조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9.2%나 급증했다. 특히 수수료로만 4조9,000억원의 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나 홀로 순익잔치’는 대출 고금리와 수수료 폭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부당 영업에 대해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다. 심지어 가계대출 억제책이 가동된 후로는 이자 수익 감소를 보전한다며 조달 원가와 관계 없는 대출금리 인상을 방조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의 불만이 크다. 당국은 시장원리만 되뇔 게 아니라, 금리 수준의 적정성 등을 전면 재검토해 은행도 불황에 따른 사회적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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