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에 공교롭게도 동상 사진 두 장이 함께 실렸다. 하나는 '무조건 항복'상(像) 사진이다. 1945년 8월 14일(미국시간) 일왕 히로히토의 무조건 항복 발표 직후 뉴욕 타임스퀘어에 몰려나온 인파 속에서 수병과 간호사가 격정적인 키스를 하는 조각상이다. 당시 <라이프> 지의 사진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중에 조각가 시워드 존스는 같은 장면을 찍은 다른 사진을 모델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손 모양 등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라이프>
■ 이 사진은 수십 년 뒤 백발이 된 당사자들이 각각 확인되거나 타계했을 때, 종전 기념행사 때 등 수없이 반복해 뉴스가 됐다. 이번엔 샌디에이고 항만공원에 있는 조각상의 임대기간 만료로 이달 말 원래 현장인 타임스퀘어로 옮겨진다는 뉴스로 또 등장했다. 워낙 인기가 있어 존스의 같은 재현작품이 플로리다와 하와이까지 모두 3곳에나 있다. 키치(Kitsch)적이지만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행복 공감성이 이 작품의 영원한 생명력이다.
■ 또 다른 사진은 평양 만수대창작사 광장에 새로 건립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거대한 기마상이다. 북한매체들은 이 동상이 "혁명의 준마를 타시고 백두산 장군봉에 오르신 수령님과 장군님의 숭엄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김정일 생일을 하루 앞둔 제막식에서 북한 수뇌부와 평양주민들이 열렬히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장면도 함께 공개됐다. 세계 최대급인 만수대언덕 김일성 동상 곁에 같은 규모의 김정일 상도 곧 들어설 것으로 전해졌다.
■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는 원래 금까지 입혔다는 만수대언덕의 것을 비롯, 김일성 동상이 3만8,000개나 세워져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일성 시신을 안치하기 위한 금수산기념궁전의 건축비 9억 달러를 포함, 어마어마한 찬양작업에 든 돈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 김정일 동상도 우후죽순처럼 세워져 북한 전역을 덮을 것이다. 행복한 수병과 간호사 상을 먼저 본 탓인지 평양 동상의 느낌이 더 을씨년스럽고 안쓰럽다.
이준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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