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가 실전 배치된 전략 핵무기를 최대 80%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 경쟁으로는 테러와 같은 21세기의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 의회 관계자와 전직 관리를 인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과감한 핵무기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장 완만한 수준의 감축도 역사적인 군비 축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랜드국방프로젝트 연구소에 의뢰해 검토 중인 감축안은 세가지다. 핵무기를 ▦1,000~1,100개 ▦700~800개 ▦300~400개로 각각 줄이는 방안이다. 국방부 검토안은 아직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출되지 않았으나 300~400개 안이 최종 채택될 경우 미국의 핵보유 규모는 구 소련과 군비경쟁을 시작했던 195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미국은 80년대 말 한 때 1만2,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운용했으나 이후 2003년에는 5,000개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핵무기 감축 구상은 표면적으로 지난해 9월 러시아와 맺은 신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른 것이다. 현재 각각 1,950개, 2,430개의 전략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는 START 합의에 따라 2018년까지 핵무기를 1,550개 이하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핵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핵무기의 역할과 규모를 감소할 것을 역설해 왔다. 국방부도 2010년 핵정책 보고서에서 “핵무기를 추구하는 정권을 다루는 방식으로 핵 군비 경쟁은 부적절하다”고 적시했다. AP는 “수십년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등 3대 축으로 골격을 유지했던 미국 핵 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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