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빅
이 세상엔 다른 바다들도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어부의 바다,
항해자들의 바다,
수병들의 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기를 원하는 이들의 바다 등
나는 이런 바다들을 나열하는 사전이 아니야,
내가 말하는 건 우리 둘에 관해서지
내가 바다를 말할 때면
그건 언제나 카르낙에 있는 바다야.
● 난폭한 마음을 감춰보려고 상냥한 말투를 쓰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화려한 이미지들을 시 속에 나열하며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아놓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런 시일수록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얘기가 있어요. 이미지와 비유로 복잡한 그림을 그리고, 그 뒤에 수줍고 어색한 마음을 몰래 감추는 거지요. 기유빅은 얼마나 용감하고 씩씩한 시인인지 세상의 모든 바다를 거창하게 나열하지 않습니다. 그저 고향 카르낙의 바다에 대해 말하고 자기 마음과 사랑을 드러냅니다. 어린 시절 그는 냉담한 어머니가 '으젠느, 으젠느'하고 부르던 게 싫어서, 시인이 되어선 그 이름을 떼어버리고 기유빅이라는 성만 사용했다고 해요. 그만큼 궁핍과 학대로 얼룩진 삶을 살았지만 정말 담백하게 노래하는 시인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듯한데… 여러분은 수줍은 마음을 어떻게 숨기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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