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사진) 하나은행장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을 가장 유력한 주자다. 차기 회장 후보 결정을 열흘 남짓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시기. 그만큼 매사가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14일 하나은행 집무실에서 만난 김 행장은 "인사는 발표가 나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하나은행장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를 보고 영업통이라고 하는데 전략을 모르고 영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회장이 되기에는 전략 부문의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론으로 들렸다.
_ 김승유 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두고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는 김 회장에게 연임을 설득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의지가 워낙 강해 김 회장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하나금융의 문화는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현재 업무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밖에서는 누가 어떻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긴다는 식으로 얘기할 지 모르지만 각자 자기 길을 가면 된다. 낙하산 만드는 회사에서 아무리 해도 불량이 개선이 안되자 본인이 만든 것은 직접 매고 뛰어 내리라고 하자 불량률이 제로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 이런 마음 가짐이라면 하나금융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 될 것이다."
_ 향후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데.
"하나금융만큼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도 없을 거다. 외국회사들은 비싼 돈 주고 최고경영자(CEO)를 스카우트하는데, 그렇다고 그 지배구조가 완벽하다고 할 수 있나. 역으로 후임을 내부에서 미리 결정한다면 외부에서는 아무도 못 온다는 것 아니냐. 외환은행 인수에 따라 민감한 상황이 돼서 다소 불안해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하나금융의 지배구조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가동됐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_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임금 격차 등의 문제는 어떻게 보나.
"불평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외부에서 하는 얘기다. 두 은행간 급여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외환은행 임금 체계를 들여다보지 못해서 지금은 실상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설사 임금 격차가 있다 해도 각자 성과를 내는 것이 다르니 불평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시스템적인 차이가 있다면 보완을 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다."
_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다. 나는 내 일에 매진할 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행장으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김종열 사장도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총 때까지 열심히 나와서 일하고 계시지 않은가. 인사에 유력이란 말은 없다. 나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_ 주로 영업 부문에서만 일을 했는데 전략 부문의 경험이 아쉽다고 느끼지는 않나. (김 행장은 가계고객사업본부장, 지역본부장 등 주로 영업 일선에서 근무한 금융권 대표 영업통으로 꼽힌다.)
"영업을 하려면 전략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 총사령관이 전략, 전술 없이 어떻게 전투에 임할 수가 있나. 나도 CEO 6년차다. 영업만 알았다면 행장을 할 수 없었을 거다. 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나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모든 걸 다 잘하면 그건 신이다. 리더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