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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조선 파산… '중소 조선사 몰락'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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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조선 파산… '중소 조선사 몰락' 공포 확산

입력
2012.0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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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 위치한 중형조선사인 삼호조선이 끝내 파산 처리된다.

중소조선사들은 최근 3~4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사실상 일감이 끊어진 상황. 삼호조선의 파산은 그렇지 않아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중소조선사 몰락의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창원지법에 따르면 삼호조선은 지난달 20일까지 요구한 청산 및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청산 및 회생계획안 파기를 통보한 데 이어, 15일 파산관재인을 선임해 삼호조선 파산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호그룹 계열사인 삼호조선은 한때 글로벌 100대 조선사에 들만큼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주가 격감한데다 모기업인 삼호해운이 해적 납치 사건 후유증으로 부도 처리되면서 작년 5월 함께 부도를 맞았다.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갔지만 남은 일감마저 바닥을 드러내면서 결국 청산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삼호조선은 작년 11월 이후 선박건조가 중단된 상태였다.

업계 관계자는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어렵기는 다른 중소 조선사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국제 조선ㆍ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7대 대형 조선사를 제외한 국내 중소조선사들의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36억4,000만 달러.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262억1,000만 달러)과 비교할 경우 고작 15%에 불과하다. 남은 일감을 나타내는 수주잔량 역시 지난해 말 현재 53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로 2010년 말 보다 36.1%나 격감했다.

중소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주력 선종인 벌크선(건화물선)과 유조선 등 일반 상선 분야가 모두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조선사 관계자는 "대형 및 고부가가치 선박은 만들 능력이 안되고 중형 규모 선박은 중국과 가격경쟁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면서 "중소 조선사의 설 땅은 이제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3만4,000톤급 벌크선 3척을 만들고 있는 통영의 21세기조선은 오는 6월이면 건조작업이 모두 끝나 더 이상 일감이 없어지게 된다. 신아SB(옛 SLS조선)는 2008년 이후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고, 이미 받아놓은 4척의 선박을 현재 건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올 하반기면 끝난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없어 연말이면 야드가 텅텅 비게 된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른 조선소의 블록 생산을 검토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영에서 가장 큰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은 다른 조선소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 채권단이 구조조정 추진 등을 전제로 2013년까지 정상화에 필요한 1조2,500억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3,000억원이 투입됐고, 6월까지 4,300억원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세계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중소 조선소들이 연명할 수 있는 길은 금융권 지원이다. 하지만 성동조선은 예외적인 케이스이고, 채권단들은 사실상 부실 중소 조선소 솎아내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때문에 제2의 삼호조선 출현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중소 조선소의 붕괴는 후방산업까지 동반 붕괴시키므로 국내 산업과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중소조선업체들의 신규수주를 돕기 위해 특별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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