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시민들로 구성된 재판원(배심원)이 내린 판결을 상급심에서 판사가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재판원 제도를 채택한 이상 국민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어서 배심원제를 제한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 제1소법정은 13일 각성제 밀수혐의로 기소된 안도 기쿠오(61) 피고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00만엔을 내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재판원이 참여한 1심에서 판단에 명백한 오류로 볼만한 불합리한 점을 찾지 못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안도는 2009년 각성제가 든 캔을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오다 적발돼 기소됐다. 이 사건은 일본에서 최초로 재판원 제도로 재판이 진행돼 판결에 큰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검찰은 안도가 각성제를 몰래 들여와 일본에서 판매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 재판원은 "캔은 선물받은 것으로, 각성제가 들어 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못했다"는 안도측 주장을 받아 들여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에서 "안도가 수사도중 진술을 바꾸는 등 거짓말을 했을 정황이 크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검찰측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판결했다. 판결은 각성제 등 약물 복용에 엄격한 일본 사법정서에 기댄 측면도 크다.
같은 사안을 두고 1심 재판원과 2심 판사가 정반대의 판결을 내리자 일본 사회에서는 "재판원 제도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는 의견과 "아마추어 재판원의 잘못된 판단을 상급심에서 바로 잡은 것으로, 이 기회에 재판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고재판소는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원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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