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먹기만 하는 거라고요? 그 꽃이 얼마나 예쁜데요. 앞으론 각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게될 겁니다.”
국내 여름딸기 품종연구 1인자인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 이종남(46) 연구사가 일을 냈다. 과일주스, 아이스크림, 잼으로만 먹던 딸기를 관상용으로 거듭나게 한 것. 이는 사시사철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만 맛 볼 수 있는 생딸기를 한 여름에도 먹을 길이 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는 국내 첫 관상용 딸기품종인 ‘관하(觀夏)’개발을 마치고 조만간 농가에 보급한다.
한 여름에도 먹고 그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관상용 딸기 ‘관하’는 이종남 연구사의 10년 노력의 산물이다. ‘목화씨의 문익점’을 방불케 하는 그의 이야기는 200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에서도 어린이 학습용 등으로 찾는 관상용 딸기 수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내 품종들은 모두 부적합했다. 한 겨울에도 살던 딸기가 여름만 되면 녹아 내렸던 것. “고온에도 시들지 않는 품종 확보가 관건이었는데, 해외서 품종을 들여올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관상용 개발을 위해서는 꽃이 붉은 ‘프러구 딥로우즈’(Fragoo Deep-rose) 같은 품종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해당 품종을 보유한 영국, 일본 등 농업선진국가들이 종묘 제공을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신품종 근처에 접근 조차 을 아예 못하게 했고, 미국에서는 새품종 옆을 지날라치면 ‘두 손 바짝 들고’수준의 경계령을 내렸다.
‘농업 선진국들은 다 보유한 여름딸기….’ 물러설 수 없었다. ‘공무원이 직접 나선 게 화근’이라고 판단한 그는 ‘민간인 중에서도 이 분야 전문가를 통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의 다양한 품종을 국내에 들여오는 전문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 정부에서도 속내를 파악했는지 민간 전문가한테도 분양을 막았다. 그 계획도 결국 수포가 됐다.
이 연구사가 직접 가져오는 수밖에 없었다. 현지 공항에서 발각되기라도 하면 ‘쇠고랑’을 찰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품종의 종묘를 구했지만 숨겨서 들여오는 만큼 10시간 이상 건조한 기내서도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물에 적신 화장지로 겹겹이 싼 뒤 가방에 넣어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가 고려 문신 문익점에 비유되는 이유다.
이 연구사는 이렇게 구한 딸기 수십여 종을 교배해 대관령 고령지농업연구센터 파종장에다 풀었다. 매년 1만주의 종묘를 심었다. 종묘가 커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꽃의 색깔과 딸기의 맛, 모양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일찍 시들지 않으면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품종들과 이리 저리 교배를 시켜도 6년이 지나도록 그럴싸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접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2007년 여름 다른 연구팀이 확보해 놓고 있던‘셀바’와 ‘수 캄보디아 베리’ 품종의 교배에서 탄성이 터졌다. 단 맛은 물론 사시사철 분홍색의 꽃이 피는 새 품종이 드디어 나온 것. 그는 “믿기지 않아 종묘 증식작업과 당도, 기후적응력 시험연구를 거쳐 작년 11월에서야 상부에 보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센터 측은 “이 연구사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던 프러구 딥로우즈의 가격은 현재 1립(딸기 한 개에 있는 씨 전체)에 500원, 종묘 1주에는 300원”이라며 “이보다 더 뛰어난‘관하’의 보급이 확산되면 200원정도가 된다. 외화획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사는 “어린이들이 가장 기르고 싶어하는 식물이 딸기”라며 “각 가정뿐만 아니라 도심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화단에 딸기가 뿌리를 내리고 삭막한 도시를 환하게 비출 날도 멀지 않았다”며 웃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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