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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 음반 낸 피아니스트 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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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 음반 낸 피아니스트 유영욱

입력
2012.02.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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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유영욱(36)씨에게 손수건은 필수품이다. 피아노에 손수건을 걸쳐 놓고 한 곡이 끝나면 꼼꼼히 땀을 닦는다. 연주란 결국 노동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주로 연주하는 작품은 리스트 아니면 베토벤 등 연주자에게 큰 체력 소모를 요하는 곡들이다. 그는 솔리스트의 길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솔리스트에게 유독 상찬을 퍼붓는 우리 음악 소비 관행에서 그는 독특한 경로를 걸어왔다.

연세대 음대 교수인 그는 최근 세 번째 음반 '베토벤 에로이카 변주곡'을 발표했다. 2007년 12월 독일 본의 베토벤홀에서 열렸던 제2회 베토벤 콩쿠르 우승을 기념, 주최측에서 제작한 음반이다. "아리아, 유행가 등 대중적으로 친근한 양식의 선율을 주조로 가볍게 변주해 가는 덕에 근엄한 베토벤에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중기의 곡들이에요." 그는 "마음처럼 잘 연주하지는 못했지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베토벤이 살아서 피아노를 연주했더라면 유영욱처럼 했을 것이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길릴로프가 했던 말은 어릴 적 그의 별명이 베토벤이었다는 사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2000년 스페인의 '산탄데르 축제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으로 시작된 콩쿠르와의 인연으로 그는 일주일에 서너 도시를 전전하기도 했다. 경연장을 짓누르던 비장한 분위기까지 합쳐져 콩쿠르란 힘들고 외로운 작업으로 그에게 각인됐다.

프로 연주자로서 그는 음반이라는 또 다른 창구의 가능성을 보았다. 첫 음반 '리스트'는 성악가의 호흡을 피아노에서 느낀다는 평을 들었고, 베토벤의 소품을 새롭게 해석해 연주한 '템페스트'는 베토벤 전문가라는 별칭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그는 화려한 솔리스트로 거듭나는 외길 수순을 거부했다.

"한창 때 활동에 지친데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라…." 음악 관련 블로그에서 그는 자신이 일반인보다 음악 관계자들에게 더 좋은 평을 듣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랑랑, 키신처럼 매일 세계의 콘서트홀에 앉는, '빡센' 연주자의 길이 정녕 나와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직접적 계기였어요."

유랑 생활을 접고 2008년 입국한 그는 국내 주자들과 협연하며 심신을 회복했다. 실내악 축제인 '서울스프링페스티벌'에 4차례 참여했다. 그는 "이제는 감탄시키는 연주보다 감동을 주는 연주를 하겠다"고 했다. 3월 6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금난새 지휘의 유라시안필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을 협연한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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