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납품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협력업체와 공모해 비리를 저지른 한수원 직원 2명이 구속된데 이어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후 7시38분쯤 해운대구 재송동 모텔에서 한수원 삼랑진 양수발전소 3급 직원 지모(48)씨가 목욕가운 허리끈으로 출입문에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종업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 유서는 없었고 아내의 연락처와 부산지검 동부지청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 2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객실에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지씨가 고리원전 납품 비리로 직원 2명이 구속된 것을 두고 최근 괴로워했다는 유족 진술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고리2발전소 김모(49ㆍ2급), 신모(45ㆍ4급)씨와 기계팀에서 수 년간 함께 근무해오다 지난해 12월 인사조치됐고, 신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이달 초 한수원 협력업체 A사 대표 황모(54)씨를 구속해 수사를 벌이던 중, 신씨가 "상납해야 하니 현금으로 달라"며 황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2억원을 전달받아 이 가운데 1억원을 상급자인 지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2008년부터 3년간 신씨와 짜고 3차례에 걸쳐 원전 터빈밸브작동기의 중고 부품을 밀반출한 뒤 새 제품인 것처럼 속여 다시 한수원에 32억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지씨는 숨진 당일 오후 2시 조사를 받기로 했으나 교통사고가 나서 출석할 수 없다고 알려왔었다"며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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