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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 확산/ 첫 코너킥·첫 3점슛 등 베팅 종목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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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파문 확산/ 첫 코너킥·첫 3점슛 등 베팅 종목 무궁무진

입력
2012.02.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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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새우잠을 청하던 A(29) 씨가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지난 12일 새벽 4시. 스페인 프로축구인 프리메라리가 경기가 한창이다. A 씨는 출근을 위해 침대에 누웠지만, 경기 결과가 궁금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띵동' 소리는 그가 접속한 축구 중계 사이트에서 골이 터졌다고 알려주는 소리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베팅을 한 뒤부터는 이 중계 사이트를 밥 먹듯이 드나들고 있다.

그러나 들뜬 마음에 화면을 응시하던 A 씨는 이내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페인의 명문 FC 바르셀로나가 약체 오사수나에게 덜미(2-3 패)를 잡힌 것이다. 베팅 금액 70만원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고, 본전을 찾겠다고 마음 먹은 A 씨는 다시 불법 베팅 사이트를 접속했다. 그 동안 A 씨는 "3,000만원 정도를 잃었다"고 했다.

승부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 프로농구까지 승부조작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원흉은 역시 불법 도박 사이트. 14일 1,000개가 넘게 있다는 불법 사이트 중 한 곳을 직접 들어가 봤다.

'충전시 3% 이벤트 실시 중.' 사이트 상단에 자리한 문구부터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달랐다. 좌측에는 은행 홈페이지 바로 가기 배너가 있었고 축구와 야구 등 각종 프로 스포츠는 물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까지 대상 경기로 지정돼 있었다.

축구는 경기 결과를 맞히는 '승무패' 방식이 주를 이뤘다. 선취점이나 첫 코너킥을 얻는 팀을 맞히는 것도 있지만 회원들은 승무패 경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건 광범위한 리그의 종류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프리메라리가를 비롯해 축구 전문가들에게도 낯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스라엘 리그 등이 포함돼 있다.

야구는 대상 종목이 가장 많다. 사이트에 따라 운영자가 만들기 나름이다.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를 나누어 놓았는데 첫 볼넷, 첫 삼진 등은 투수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제구력이 좋은 투수와 그렇지 못한 투수가 등판했다고 치자. 전자는 1.8배, 후자는 1.5배 정도다. 베팅은 최소 1,000원에서 300만원까지.

기본적으로 야구는 9회말이 끝나야 승패가 가려진다. 그러나 4회말까지만 보고 베팅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언더'와 '오버'라는 골프 용어가 등장한다. 우선 운영자는 경기에 앞서 기준 점수를 제시한다. 만약 삼성과 SK가 맞붙고 운영자가 '3'이라는 기준 점수를 줬다면 1, 2점 내는 팀은 '언더', 3점 이상을 내는 팀은 '오버'다. 4회말까지 삼성이 SK를 4-2로 앞섰다면 삼성은 오버, SK는 언더다. 이 밖에 번트, 안타, 2루타, 홈런 등을 먼저 얻어내는 팀을 맞히는 종목도 있다.

배구와 농구도 큰 틀에서 비슷하다. 배구의 경우, 세트마다 어떤 팀이 첫 서브 득점을 하는지, 어떤 팀이 첫 블로킹을 하는지 등을 맞힌다. 농구는 첫 3점슛, 첫 자유투 등이 대상 종목이다. 승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무한대로 종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A 씨는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종목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부분 추려졌다"며 "사이트 마다 종목들이 천차만별이다. 승부조작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선수가 교묘히 이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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