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위험 물질로 만든 자재를 특허 제품이라고 속인 뒤 초등학교 등 관공서 공사에 사용한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리섬유 소재의 건축자재를 자기 회사의 특허 제품인 양 납품ㆍ시공해 수 억원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특허권 보유업체 H사 대표 이모(42)씨, 시공업체 B사 대표 이모(51)씨 등 4명을 검거,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유리섬유는 흡입하면 기관지나 폐의 염증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국제보건기구가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로 분류한 소재다. 동물실험에서는 발암가능성이 입증됐으나 인간 발암성에 대한 증거는 아직 불분명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대전ㆍ전북교육청 등 전국 8개 관공서가 발주한 내진ㆍ교량 보강공사에 2009년 특허를 받은 강판과 스테인리스를 이용한 공법사용을 조건으로 공사를 따낸 뒤 실제로는 특허제품의 10분의 1 가격수준(1m당 5,000~9,000원)인 유리섬유를 사용한 혐의다. 이씨 등은 이를 통해 모두 3억2,000만원을 챙겨 나눠가졌다. 특히 이 업체의 실제 특허 제품도 명색만 특허이지, 과거 단 한 번도 생산되거나 내진보강공사에 사용된 적이 없는데도 공사를 발주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의 유리섬유 소재 건축자재는 초등학교 건물 내벽이나 식수로 유입될 수 있는 하천 교량 등의 콘크리트 기둥에 부착됐다.
경찰은 “관급공사 대부분이 전문성 있는 공무원의 실질적 관리감독 없이 안전진단 용역업체 주도로 이뤄져 부실공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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