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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 訪美… 몰래 도착·일정도 비공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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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 訪美… 몰래 도착·일정도 비공개 왜

입력
2012.02.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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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은 10년 전 후진타오(胡錦濤ㆍ당시 부주석) 국가주석처럼 또 한번 보여주기 외교가 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시진핑 방미는 도착 시간부터 비밀에 부쳐졌다. 그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것은 13일 오후 3시께. 하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발표’ 이후에 도착이 확인됐다. 미 행정부는 손님을 응대하는 중국식 의전을 존중해 도착 시간을 비보도로 확인했다. 공식 일정이 시작된 뒤에도 5일 동안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 방문과 오찬, 의회 지도자들과의 회동 등을 빼면 그는 거의 비공식, 비공개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17일 마지막 일정인 미 프로농구 LA 레이커스 경기 참관도 공식적으론 ‘소문’인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인들은 고위급 회담을 좋아하지만 언론 공개는 싫어한다”며 “시진핑 방미도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언론과 대중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중국측 의도는 시위를 포함해 시진핑이 당황스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식 의전에는 미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미래권력 시진핑의 모습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2002년 후진타오의 방미 일정을 중국과 협의했던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시진핑은 미국에서 존경 받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의전과 격식을 중시하는 시진핑의 방미는 10년 전 후진타오의 방미를 연상시킨다. 당시 방문이 후진타오의 국제무대 공식 데뷔라는 점을 간파한 미국은 방미 초점이 양국 현안 해결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백악관은 무역, 환율, 인권, 이란 핵문제 등 현안 논의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시진핑은 정책 결정자나, 국가 수반이 아닌 미래의 지도자”라며 “이번 방미는 관계증진을 위한 투자”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중국 입장이나 중국의 문화적 민감성을 감안해 시진핑 방미가 성공적으로 보이도록 협조하고 있다. 2002년 후진타오 방미 당시 상황을 검토했고, 회의 현안 목록도 중국이 발표하지 않자 공개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백악관 회동 사진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 중국이 공개할 사진을 선택하도록 배려했다. 백악관이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시위대의 접근 차단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후진타오 방미 때 백악관 바로 옆 라파예트 광장에서 시위가 일어나자 잔디밭에 대형 차단막을 설치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늘 해프닝을 빚는 미국식 의전이 이번에 완벽하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2006년 후진타오의 백악관 방문 당시 파룬궁 지지자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구호를 외쳤고, 국가연주 때는 대만을 지칭하는 중국공화국의 국가로 소개됐다. 또 2002년 후진타오의 백악관 방문 때 취재진 앞에 일본 정보기관 책임자가 나타나 중국을 모욕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할 뻔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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