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태에 알카에다 변수가 등장했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돌연 반정부군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외교적ㆍ비군사적 해법 도출에 부심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타격이 예상된다.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11일 8분 분량의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시리아 정부를 "암덩어리 정권"으로 규정한 뒤 "무슬림 무장조직들은 시리아 전역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맞서 봉기하라"고 촉구했다. 알카에다가 반군에 무장지원 의사를 공개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알카에다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한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미 정보당국은 10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 1월과 지난해 12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각각 28명, 70명의 사망자를 낸 자살폭탄테러를 사실상 알카에다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리아 반정부 투쟁이 평화 시위에서 무장충돌로 변한 것도 알카에다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자유시리아군(FSA)으로 알려진 반군 조직원 수가 급증한 것은 이라크 알카에다의 잔존 세력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리아는 이라크 종파분쟁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에 이어 수니파에 대규모 무장병력을 지원한 공급처였다.
시리아는 오사마 빈 라덴 사후 위상이 급속도로 약해진 알카에다가 새 둥지를 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로 꼽힌다. 브루킹스도하센터의 살만 샤이크 연구원은 "1년 가까이 혼란이 이어지면서 알카에다가 민심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 고 말했다.
시리아는 또 시아파 소수 계열인 알라위파가 권력을 장악해 수니파에 뿌리를 둔 알카에다가 자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12일 "알카에다의 노림수는 시리아의 민주주의를 독려하기보다 반 시아파 투쟁을 확산시켜 아랍권 수니파 벨트의 거점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그 동안 "반정부 시위의 배후는 알카에다"라며 유혈진압을 정당화해 온 아사드 정권의 주장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아랍연맹(AL)마저 유엔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하는 등 군사적 해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시리아 사태가 리비아식 무력 분쟁으로 끝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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