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58ㆍ여)는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할 줄 모르는 '스마트맹(盲)'이다. 10년 넘게 2세대(2G)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최근 은행 창구에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려다 서러웠다고 털어 놓았다. 창구 직원으로부터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면 금리가 연 3.10%밖에 안 되지만 스마트폰 전용 정기예금은 연 4.40%까지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고객에 대한 차별대우라고 생각한 김씨는 직원에게 "이 은행과 거래를 30년 이상했는데 우대 금리가 없느냐"고 따졌지만 "장기 고객 우대금리는 별도로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은행에 오랜 기간 수익을 안겨준 장기 고객이 대부분인 중노년층이 최근 은행의 각종 혜택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은행들은 앞다퉈 스마트폰 전용 상품을 쏟아내고 있는데, 스마트기기에 밝지 않은 50대 이상 고객들에겐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은행이 판매중인 스마트폰 전용 정기예금 금리는 1년 기준으로 최고 금리가 4.30~4.73%에 이른다. 반면 같은 조건일 때 은행 창구 금리는 연 3% 초중반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뱅킹 이용만으로 1%포인트 이상 금리를 더 챙길 수 있으니 고객 입장에선 당연히 군침 도는 조건이지만 문제는 이런 우대 금리 혜택이 지나치게 젊은 층만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인터넷, 스마트기기 등 새로 등장한 매체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특화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품 내용을 보면 20, 30대 젊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두근두근 커플예금'은 기본 금리는 4.10%지만 스마트폰 전용 앱에서 커플 사진을 등록하면 우대금리가 적용돼 4.30%까지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KB Smart★폰 예금'은 전용 앱에서 가상의 동물농장을 갖게 되는데 상품 추천 등으로 연 0.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나무 등이 늘어나 농장이 풍성해진다.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농장 속 동물도 늘어난다. 스마트폰 게임에 친숙한 젊은이들을 겨냥한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 입장에서 정기 예적금상품은 소액가입자가 대부분이라 손익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미래고객인 젊은층 확보에 우대금리가 집중된다"며 "중노년층은 거액 자산가가 아닌 이상 장기고객임에도 별다른 우대도 못 받고 트렌드에 맞춘 최신상품의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