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정부측 추천위원 2명이 불투명한 의사 결정에 반발해 자진 사퇴했다. 이들은 이 위원회가 배임ㆍ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반도체 이사 선임에 반대하지 않고 중립 의견을 낸 것이 '재벌 봐주기'라며 강력 비판했다.
1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하이닉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10일 열린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총 9명의 위원 중 해외 체류 중인 1명을 제외하고 8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1명이 기권, 1명이 중립 의견을 내고 찬성과 반대가 3대 3 동수를 이루면서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하이닉스 임시 주총에서 최 회장은 찬성 41.92%, 반대 15.89%로 무난히 사내이사에 선임돼 작년 인수한 하이닉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위원 2명은 중립 의견에 반발해 위원직을 사퇴했다. 임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는 "원칙에 어긋난 결정으로 더 이상 위원회 설립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사퇴했고,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재벌 봐주기의 일환"이라며 더 이상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법무법인 율려 서정욱 변호사 등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는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서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100여명이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으며 추후 지역별로 대표성을 갖는 일반 국민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