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및 출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참고할 만한 해외사례를 봐도 '정답'은 없는 상태다. 규제해야 한다는 쪽은 유럽의 사례를, 규제해선 안된다는 쪽은 미국의 사례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우선 출점 규제. 대형마트 출점규제 찬성론자들은 프랑스가 대형마트의 대명사 격인 '까르푸'의 나라이지만, 정작 수도 파리 도심에는 까르푸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파리지앵들은 파리를 대표하는 다양한 종류의 '마르셰' 즉 시장에서 각종 신선식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대신 토요일이면 파리 교외의 까르푸 매장은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사러 온 파리지앵들로 붐빈다.
대형마트가 도심에 거의 없는 것은 1996년 통과된 '라파랭 법'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폐해가 일찍 나타났던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르와이에 법'을 만들어 대형마트에 대한 출점 규제를 해 왔는데, 라파랭 법은 르와이에 법을 더욱 강화해 300 ㎡ 이상 규모의 대형 상업시설 설치 때에는 반드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프랑스처럼 완전 허가제는 아니지만 독일 벨기에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건축법 등을 근거로 대형 소매점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반면 '월마트의 나라' 미국은 연방차원의 규제는 전혀 없다. 다만 출점 시 지역주민이나 상인의 반대가 있을 때는 주민들이 지역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여해 입장을 표명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영국도 법적인 규제는 없으나 2만㎡ 이상의 대형소매점포 출점 시에는 '기존 지역상권에 대한 영향조사 보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대형마트 규제를 철폐했다가 재도입한 사례. 대형마트의 출점 규제를 없앤 후 지역상권 붕괴로 '셔터 가(街)'라는 신조어(문닫는 중소상점이 늘어나 폐허처럼 변해버린 거리를 의미)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2007년 말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을 제정해 대형마트들의 출점을 규제했다. 한국의 경우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셈이다.
영업시간 규제도 유럽과 미국이 첨예하게 다르다. 유럽 주요국은 대체로 노동법에 근거해 휴일 휴무를 원칙으로 하는 곳이 많다. 다만 규제 목적이 중소상권 보호보다는 근로자 휴식권 보장 차원이라는 점에서 출점 규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모든 상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폐장해야 하며 평일 및 토요일에는 오전 6시~오후 8시까지만 개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도 ▦일요일은 휴무 ▦평일ㆍ토요일은 밤 10시까지 문을 열 수 있다. 영국은 일요일에 6시간만 영업하도록 하는 규제를 운영 중이다.
반면 미국은 영업시간 규제 역시 전혀 없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상권이 좋은 곳의 대형마트 점포는 24시간 영업을 한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대부분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고, 동네 슈퍼도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많다.
결국 대형마트 규제는 '국가마다 제각각'인 셈. 유럽 식 대형마트 규제의 국내 적용과 관련,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영업시간 규제는 별로 큰 효과가 없을 듯하지만 출점 규제는 일시적으로라도 필요해 보인"는 의견을 밝혔다. 임 교수는 "소비자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사는 상품의 종류가 달라 영업시간이나 휴무 규제가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그 동안 대형마트가 지역상권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므로 한정된 기간 동안 추가 출점을 금지하고 지역 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다시 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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