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문제를 겪거나 힘들어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교사로서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아이가 문제를 벗어나도록 돕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칫 아이들을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려는 태도를 기르려면 어떻게 도와야 할까? 다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 복도를 지나가는데, 병주가 울면서 찾아 왔다. 평소 문제가 생기면 늘 담임을 찾아온다.
병주: (훌쩍이며) 선생님, 누가 제 배드민턴채를 부러뜨려 놓았어요.
담임: ①(짜증이 섞인 말투로) 누가? 누가 그랬는데?
병주: 모르겠어요.
담임: ②어디다 뒀었는데?
병주: 제 자리 옆에요.
담임: ③(한숨을 내쉬며) 휴~. 체육시간에 쓰는거지? 내가 체육선생님께 말씀 드릴테니까 다른 반 친구들한테 빌릴 수 있는 지 알아봐라.
통 선생 코멘트
병주를 불러서 담임 ①~③의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속마음을 확인해 보았다. 병주 얘기로는 ①의 '누가? 누가 그랬는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순간 나도 모르는데 물으니까 막막하고 답답해서 말문이 닫혔다고 했다. ②에서는 자신이 잘못 간수한 게 아니냐는 추궁을 받는 느낌이 들어서 억울하고 서운한 심정이 들었다고 한다. ③'체육선생님께 말해준다'고 하니 혼나지 않겠다 싶어 안심이 되었고 문제 해결을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으며, '옆 반 친구들에게 알아보라'는 말에는 귀찮고 부담이 되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선생님이 내 심정을 몰라주는구나'하는 마음의 앙금이 남았고, '선생님이 문제를 해결해 주겠지'하고 기다리는 의존적인 태도를 길러준 셈이다.
만약 병주에게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태도를 길러주고 싶다면, 도움을 청하는 물음을 던질 때 해답이나 해결책을 주지 않아야 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길러주기 위해서는 아이가 해답을 구할 때 '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니?' '네 생각엔 왜 그런 것 같니?'와 같이 되질문을 해야 한다(아래 담임㉡). 되질문을 받고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생각하고 찾으려 하다보면, 점차 주체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우선 아이의 심정을 공감하여 마음이 편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아래 담임㉠). 감정적으로 불편할 때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욕도 줄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떠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가 시도한 자율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꼭 칭찬하여 지지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 담임㉢,㉣).
이렇게 해보세요!
담임: ㉠저런, 이만저만 속상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했겠다. 체육시간에 쓸 건가 본데, 그렇다면 걱정도 많이 되겠구나.
병주: 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아요?
담임: ㉡난감한 모양이구나. 그래, 네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겠니?
병주: (약간 당황하다가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담임: ㉢알아서 하겠다고? 해결책을 찾은 모양이구나.
병주: (씨익 웃으며) 집에 엄마가 있으니까 채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부탁해 볼래요.
담임: ㉣이야, 놀라운걸! 많이 속상했을 텐데 금세 마음을 추스르고, 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마음을 먹은데다 해결책까지 생각해 내다니 말이야.
김창오 한상담학회 회장ㆍ 울산 신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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