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학계와 경제연구소 등 지식인 사회에서도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양 진영 모두 이번 선거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재벌 개혁 등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13일 경제학 교수와 경제분야 전문가 등 95명은 '선심성 공약 남발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치권이 재원마련과 관련, 면밀한 검토 없이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중구난방으로 앞다퉈 내놓고 있다"며 "재원조달 대책 없이 막무가내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 젊은 세대들의 세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언에 동참한 지식인은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민경국 강원대 교수, 오정근 고려대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 등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로 꼽힌다.
이에 따라 보수 학계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이에 대해 "작년 10월 재보궐 선거 이후 사회 분위기가 진보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며 "오늘 발표를 계기로 우리 쪽도 발 빠르게 움직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는 반기업적인 정책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재벌세가 도입되면 대기업 집단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또 대기업에 매년 3%씩 청년층 추가 고용 의무를 부과하면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어떡하란 얘기냐"고 비판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보다 조직적인 정책 감시 활동을 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김 원장은 "자유기업원이 일종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 지역구별 정책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보수진영에서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건 역대 선거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 지식인들의 경우 이미 시민단체와 야당의 정책 입안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진영의 경제민주화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와 홍종학 경원대 교수가 대표적. 이들은 민주통합당이 내놓고 있는 최근의 재벌 개혁 정책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가 진보지식인 사회를 묶는 거점이 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총선연대가 활발히 꾸려질 조짐이다.
한 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경제민주화가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며 진보 진영 지식인들이 이슈 선점하자 설 자리를 잃은 보수 진영이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올해 선거는 학계에서도 경제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뜨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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