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에 대해 대증적 처방보다는 근원적 이유와 거시적 관점에 중점을 두고 사고하는 자세가 돋보이는 글이다. 정부가 대책으로 발표한 사안들을 꼼꼼히 검토하여 문제점과 반론을 제시하려는 태도,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피력하는 점도 장점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장들이 일견 타당할지라도, 독단에 치우친 느낌을 주고 있다. 그것은 주장들이 근거보다는 학생 스스로의 단정에 기초했기 때문이다. 논술에서의 주장은 격문과 달라, 감정이나 개연성만으로는 부족하며 필연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을 진정한 학교의 울타리 안으로 보듬을 때 학교 폭력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경쟁제도의 부작용이다', '열등감을 해소할 문화적 출구가 없기에 누군가를 괴롭히며 우월감을 충족한다' 등의 문장은 학생의 생각으로, 개연성은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는 내용들이다. 가능성으로만 제시하든가, 아니면 그 주장이 옳다고 여겨질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 '울타리 안으로 보듬는', '문화적 출구' 등의 모호한 표현은 그 의미와 정도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 글의 다음 문제점은 서론과 논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개별적으로 살펴 그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인지, 정부 정책의 관점을 문제 삼아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인지가 모호하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결론의 내용을 보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대안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결론이 목적이었다면 서론에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가해학생 개인에 대한 처벌로만 구성되어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고, 글에서 논하려는 중심내용이 학교 폭력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측면에 대한 검토임을 명시했어야 한다. 이후 본론에서 학교 폭력의 본질적 원인과 그것에 영향을 끼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측면,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했어야 한다. 특히 결론과 일치하려면 이 내용들에 우리사회의 권력 지향적인 모습, 과도한 경쟁적 교육제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의 글을 정부 정책 하나하나를 비판하며 위의 내용들을 조합하려다 보니 문제점들이 흩어져 논점이 흐려졌고, 결론에서는 권력지향주의라는 생소한 내용도 등장했다. 더욱이 문화와 폭력간, 문화와 열등감 해소간의 상관관계도 설명되지 않은 채, 학교 폭력 문제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메이커 집착현상'을 언급해 논점일탈을 초래했다.
마지막은 관점의 문제로, 이 부분은 사회문화 과목 5단원에 있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먼저 공부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의 관점은 거시적으로 문제를 파악한다는 훌륭한 점이 있지만, 갈등론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약점도 가진다.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 하여 가해 학생 개인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글은 모든 문제를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며, 가해 학생의 행위를 두둔하거나 정당화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학생의 논리는 '성적문제로 열등감은 있지만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은' 여러 학생들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진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가해학생 개인의 책임성 유무도 고려하여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사회적 차원의 노력을 각각 살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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