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YTN 노조는 배석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직자 복직을 가로막고 있는 배 사장이 3월에 있게 될 이사회에서 연임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YTN 조합원 총회는 해직자 문제를 풀지 않고는 YTN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이에 노조 측은 해직자 복직을 위한 사측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비슷한 갈등은 다른 방송사들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KBS 새 노조 또한 부당징계 철회와 김인규 사장 심판을 위한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이제 1년 남은 시점에 방송계 내부의 갈등이 다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방송장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방송을 자기 통제 아래에 두려는 정책을 펴왔다. 어떻게든 방송을 통제해야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위험하고도 그릇된 철학 때문이었다.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쓴 소리도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함을 권력은 외면해왔다. 그래서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공영방송에서의 '낙하산 사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 정권 편향적인 불공정보도, 비판적 프로그램들에 대한 통제, 코드가 다른 방송인들에 대한 강제퇴출 등의 상황이 이어졌다. 그것은 우리 방송의 시계를 5, 6공 시절로 되돌리는 역사적 퇴행이었다. 그 과정에서 저항이 있었고 또한 탄압이 있었다. 전국언론노조의 통계를 보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징계당한 언론인의 숫자가 196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해고자가 10명이고 방송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 정권 아래에서 해직당하고 징계당한 방송인들의 원상회복은 방송민주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이제 현정부 들어 과거시대로 회귀해버린 우리 방송의 원상회복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펴온 민주주의 역행 정책들은 이제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고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져있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며 방송장악과 종편 특혜의 주역으로 지목 받았던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사퇴키로 했다. 그런데도 유독 방송장악 정책은 철회되지 않고 있으며, 방송계의 현실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모순적 상황이다. 쇄신을 부르짖고 있는 새누리당의 비대위도 어찌된 영문인지 방송장악의 철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유리한 방송환경에서 치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대로가 낫다는 판단에서일까. 그렇다면 집권여당 쇄신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정부의 방송장악 정책 철회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있는 야당들의 책임 또한 크다.
필자는 지난 정부 시절 공영방송들에 출연하면서 당시 참여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곤 했다. 물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도 많이 비판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잘못에 대해서도 눈감고 지나가지 않았다. 정파들 간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시절 5년 동안 단 한번도 정부나 여당에 대한 비판을 완화해달라는 주문을 누구로부터도 받은 적이 없었다. 바로 그것이 통제 받지 않는 자유로운 방송, 우리가 되찾아야 할 방송의 본모습이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만들어놓은 과거회귀적인 방송현실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이제라도 원상회복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각 방송사들의 갈등이 자신과는 무관한 방송사의 내부문제라는 식으로 호도하며 강 건너 불 구경해서는 안 된다. 오늘 이 기막힌 방송장악의 현실 뒤에 이명박 정부의 뜻이 있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상은 다 알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혼자서만 선문답을 해서는 안 된다. '방송민주화 선언'이 더 이상 방송인들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나오기를 고대한다. 결자해지가 가능한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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