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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일곱 번째 장편소설 '원더보이'/ 초능력 소년, 80년대 내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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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일곱 번째 장편소설 '원더보이'/ 초능력 소년, 80년대 내달리다

입력
2012.02.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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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42)씨가 일곱 번째 장편소설 <원더보이> (문학동네 발행)를 냈다. 처음으로 10대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초능력을 지닌 존재들을 등장시켜 작품에 환상성을 부여한 점이 예전 장편들과 차별된다. "재밌는 소설 한 번 써보자, 작심하고 썼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특히 소설 전반부의 단순명료하고도 경쾌한 이야기 전개가 흥미롭다. 중반 이후에는 김씨 특유의 복잡하고도 정교한 플롯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독자를 기다린다.

소설은 한 고아 소년의 열다섯에서 열여덟 살 시절, 1984~87년의 이야기다. 과일 행상인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소년은 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며칠 만에 깨어난 소년이 마주한 건 아버지의 부음과, 자신이 간첩들의 도주 차량을 온몸으로 막아낸 애국자의 아들이자 일주일 간의 혼수상태를 기적처럼 이겨낸 '원더보이'로 불린다는 황당한 현실.

또 하나, 사고 순간 '우주의 모든 별들이 운행을 멈추고 뿜어내는 빛'을 받은 소년에겐 남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읽고 그 고통을 제 몸처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초능력 소년을 통해 '소통의 불가능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김씨의 문학적 화두와도 같은 역설이 다시금 형상화된다.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 정보부장 자리를 노리는 권 대령은 소년을 앞세워 출세를 도모한다. 소년을 방송에 출연시켜 정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시국사범 취조에 끌어들여 독심술로 자백을 받아내라고 종용한다. 권 대령은 미국인 초능력자를 초빙해 소년의 교육을 의뢰하는데, 소년은 그에게서 자기를 낳다가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에 관한 뜻밖의 말을 듣는다. "네 엄마의 메시지가 너를 찾고 있다."

권 대령으로부터 탈출, 그가 보낸 초능력 3인조에게 쫓기면서, 어머니(의 메시지)를 찾아나선 소년의 유랑기가 소설의 중후반부다. 사고무친인 그는 화염병 던지기의 달인이라는 운동권 대학생 선재 형, 우주의 운행에 맞춰 농사를 짓는 무공 아저씨, 해직 기자 출신으로 '불온한' 사회과학 출판사를 운영하는 재진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데, 이들은 80년대 저항자들의 초상이기도 하다. 소년의 후견인 중엔 남장여자 강토 형(혹은 희선 누나)이 있는데, 소설은 그녀가 약혼자를 잃고 남장 인생을 선택한 사연을, 소년의 어머니 찾기와 더불어 정교한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간다.

80년대 군사정권, 정확하게는 5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주인공 소년은 1970년생인 작가와 나이가 같다. 흔히 엄혹했던 시절로 기억되는 이때가 김씨에게는 "우연히도 내 소년기와 겹쳤던 시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 시점인) 1984년부터 팝송을 듣기 시작했어요. 마침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듀란듀란 등 엄청난 가수들이 쏟아져 나온, 내게는 가슴 뛰는 해였죠. 1984년의 소년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멈추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당시 소년들에겐 대단한 판타지였죠. 시간이 멈춘 새 여자 목욕탕을 훔쳐본다든가 하는.(웃음) 염력으로 쇠숟가락을 구부리는 유리 겔라, 불가사의한 임사체험도 그랬고요." 당대 소년들을 사로잡았던 이들 하위문화는 소설 곳곳에 배치돼 이야기의 동력이 된다.

그러고 보면 김씨의 이전 장편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연재 마감을 앞둔 <희재> 의 주인공들도 나이는 다르지만 모두 작가와 동년배다. "소설가는 자기 시대에 대한 보고자"라는 김씨의 입장에 기대서, <?A빠이, 이상> <밤은 노래한다> 등 편집증에 가까우리만치 꼼꼼한 사료 취재가 돋보이는 그의 역사소설과 더불어, 이들 작품을 김연수 소설의 한 계열로 봐도 무방하겠다. 김씨는 "세대와 시대 환경이 달라도 소년 시절은 공통적인 데가 있다"며 "소년기에 힘든 일을 겪는 어린 세대에게 이 소설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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