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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운명적인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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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 "운명적인 승리"

입력
2012.02.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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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 축구가 기적을 일궈냈다. 믿음과 단합된 힘, 그리고 정신력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였다. 리브르빌 인근 해역에 잠든 축구 선배들에게 받치는 고결한 승리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1위에 불과한 잠비아가 아프리카 축구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변변한 스타 한 명 없는 잠비아가 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4강에서 가나를 꺾은 잠비아는 13일(이하 한국시간) 가봉 리브르빌의 스타드 당곤제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FIFA 랭킹 18위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8-7로 이겨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출신의 허브 레나르 잠비아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운명적인 승리다. 신이 우리를 도왔고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 우리는 승리를 믿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그들의 힘을 이끌어낸 것은 내가 아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작용했다"며 '보이지 않는 힘'이 잠비아의 우승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수 구성으로 볼 때 잠비아는 결승 상대인 코트디부아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23명 가운데 22명이 현재 유럽 클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잠비아 대표팀에 '유럽파'는 단 2명. 그것도 '톱 클래스'라고 할 수 없는 스위스와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단합된 힘으로 '스타 파워'를 눌렀다. 잠비아 대표팀은 필승 투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결승전이 열린 리브르빌이 잠비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벌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1993년 4월 세네갈과의 미국 월드컵 지역 예선을 위해 이동 중이던 잠비아 대표팀이 탑승한 비행기가 리브르빌 인근 해안에 추락,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레나르 감독은 대회 시작 전부터 "결승전이 열리는 리브르빌에서 선배들의 영혼을 위로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공교롭게도 잠비아의 대회 첫 상대는 세네갈이었다. 1993년 참사로 사망한 잠비아 선수들이 당시 맞붙지 못한 상대다. 잠비아는 세네갈을 꺾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비행기가 추락한 해안가를 찾아 투지를 다졌다.

이날 결승전 승리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로그바는 후반 18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더욱이 드로그바와 쌍벽을 이루는 스타인 제르비뉴(아스널)는 승부차기 9번 키커로 나서 허공을 갈랐다. 코트디부아르는 저주에 걸린 듯 했다.

레나르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칼루샤 브왈리아 잠비아 축구협회장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칼루샤 회장은 1993년 비행기 추락사고 당시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목숨을 건졌다. PSV 에인트호벤에서 활약하던 칼루샤 회장은 당시 개별적으로 이동해 참사를 모면했다.

잠비아 축구는 1993년 리브르빌에서 뿌렸던 눈물을 거름 삼아 19년 만에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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