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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5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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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5분이 지났다

입력
2012.02.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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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

중절모에 새똥이 떨어진 지 5분이 지났다

당신이 벌떡 일어선 지 5분이 지났다

어머니가 혀를 못 놀린 지 5분이 지났다

옛날이 흘러간 지 5분이 지났다

죽은 잎을 따버린 지 5분이 지났다

하느님을 믿기 시작한 지 5분이 지났다

내가 새사람이 된 지 5분이 지났다

머리카락에 불이 붙은 지 5분이 지났다

내가 이 꿈에 등장한 지 5분이 지났다

● 5분의 길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고속버스 터미널 화장실 문 앞에서 줄을 선 채로 5분이 지나갈 때, 서글픈 마음에 욕조에 머리를 담그고 5분이 흘러갈 때,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진 가족 앞에서 앰뷸런스를 기다리며 5분이 넘어갈 때, 급하고 답답하고 무섭게 길고 긴 5분이 지나갔습니다. 처음으로 그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걸으며 5분이 흘렀을 때, 아침에 시 한 편을 읽으며 5분이 지나갈 때, 지금 부드럽고 따듯하고 고요한 5분이 지나갔습니다. "5분만에 해결해 줄게." 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그런 당신이 곁에 있다면 이 지난한 삶도 꿈결처럼 금세 흘러갈 텐데. 그런 당신을 찾을 수 없어서 많은 이들이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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