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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책 분석/ 재벌개혁 - "일감 몰아주기·담합 근절은 바람직…재벌세 부과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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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책 분석/ 재벌개혁 - "일감 몰아주기·담합 근절은 바람직…재벌세 부과는 무리"

입력
2012.02.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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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선거보도 자문위원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4∙ 11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해소 등 대기업 정책을 쏟아내는 것과 관련, 재벌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현재 상당수 대기업들이 공정거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교수는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재벌 개혁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은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교수는 그러나 순환출자 해소 및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 문제를 비롯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과 평가를 내놓았다.

재벌 개혁론의 등장 배경과 개혁 목표

두 교수는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론이 전면에 등장한 배경을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 현상에서 찾았다. 허 교수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 이명박(MB)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은 MB 정권의 정치적 기반으로 인식되는 기득권층과 대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고, 여야 정치권이 이 같은 국민적 정서를 총선과 대선 득표 전략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공약의 차이에 대해 하 교수는 "여당은 재벌 개혁의 충격을 극소화하면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이고, 야당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소수 재벌 가문의 경제 지배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람직한 재벌 개혁의 목표에 대해선 두 사람의 진단이 달랐다. 허 교수는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대기업의 장점을 살리고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개혁에 앞서 재벌의 공과 모두에 대해 분명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폐해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궁극적으로 재벌 해체를 지향한다면 이는 합리적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은 선진 경제에 적합할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하게 진화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규제와 인센티브를 모두 활용해 재벌 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 해소 및 출총제 부활 문제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 등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나 출총제 문제 등에서 두 교수는 확연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하 교수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순환출자 해소와 출총제 부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허 교수는 두 방안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허 교수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적 희망 사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그 이유로 순환출자를 해소할 경우 국내 대기업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위협에 무방비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수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순환출자를 해소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하 교수는 "순환출자는 해소하되 밀접한 기업들끼리는 오히려 합병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다만"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일거에 해소하려고 강제할 경우에는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기업 스스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해나가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세제나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총제 문제와 관련, 하 교수는 "출총제 하나를 가지고 부활시키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는 것 보다는 종합적으로 순환출자 정리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상징적으로 거대 재벌에 대해 과거 수준의 출총제 부활을 검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출총제 상한 기준으로 40%, 25% 등을 얘기하지만 이 기준에 크게 영향 받을 대기업은 사실상 없다"며 "실익은 없고 잠재적인 부작용만 있을 뿐"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계열사 과다 보유 과세 등 해소 방안

민주통합당이 도입을 검토 중인 계열사 과다 보유 과세 방안(일명 '재벌세')에 대해선 두 교수 모두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허 교수는 "계열사 주식 배당금 과세는 이중과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재벌의 연계고리를 활용하면서 성장해 온 우리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 교수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재벌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할 경우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공정거래 해소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근절, 납품단가 후려치기 및 담합 행위 금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등의 방안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허 교수는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관련한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에 대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 보완 필요성을 거론했다. 하 교수는 "중소기업 보호 업종제나 적합 업종제 등은 업종 선정과 관련해 복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동반성장위원회 등에서 경제 상황에 맞게 시장과 소통하면서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 한국일보 선거 보도 자문위원 명단 (20명)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금태섭 변호사,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백운선 호남대 대학원장,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옥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리=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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