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자(富者)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초로 여성 경호 전문업체를 세운 고은옥(35ㆍ여) 퍼스트레이디 대표, 복고풍 떡볶이로 연 매출 120억원을 기록한 김상현(33) 국대떡볶이 대표, 조선왕조실록과 동의보감을 통독하고 김치 제조업체를 차린 노광철(26) 짐치독 대표, 사진편집 앱 '큐브로'로 16개국 앱시장을 석권한 김세중(33) 젤리버스 대표, 호주ㆍ뉴질랜드ㆍ덴마크에서 웹 기반 거리정보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김현진(34) 레인디 대표, '문화 복덕방 업주'를 자처하는 전아름(25ㆍ여) 써니사이드업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부자학연구학회(회장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가 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젊은 부자 토론회'에서 청년 사업가 6명이 들려준 성공 비법을 핵심 문장으로 풀어봤다.
최초를 꿈꿔라
고은옥 대표는 세상에 없던 여성 전문 경호시장을 만들어 냈다. 그가 2003년 창업 당시 국내 2,500여개 경호업체 가운데 여성 경호 전문업체는 단 한곳도 없었다. 그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부각시켰더니 독신녀와 성폭행 피해자, 학교ㆍ가정 폭력 피해자의 의뢰가 밀려들었다"고 했다. 입 소문을 타면서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과 영화배우 톰 크루즈, 가수 비도 그의 고객이 됐다. '경호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세상의 편견에 맞선 덕분에 고 대표는 현재 1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회사 CEO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복합문화행사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전아름 대표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공한 경우. 아직 대학생 신분인 그는 2010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또래 5명과 문화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행사를 의뢰하면 다양한 문화와 접목해 이슈를 만드는 게 우리만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 뮤지컬배우와 대화하며 하룻밤을 즐기는 '날밤 까는 카페', 직장인과 예술가의 만남을 주선하는 '컬처포트락파티'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독특한 문화행사다.
성실하면 답이 보인다
노광철 짐치독 대표는 "위기는 곧 기회지만 성실함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2010년 배추파동을 들었다. "2009년 8월 김치 사업을 시작한 뒤 2년간 매일 새벽시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더니 배춧값 변동 추이가 머릿속에 그려지더군요. 2010년엔 봄부터 배춧값이 심상치 않아 저장창고를 짓고 미리 김치를 사뒀는데, 아니나다를까 가을에 포기당 1만원이 넘는 배추 파동이 왔어요." 성실함 없이는 선견지명도 없다는 얘기다.
전 세계 120만 명 이상이 내려 받은 사진편집 앱 '큐브로'를 개발한 김세중 대표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인물. 김 대표는 고등학생 때 비보이 활동을 하고 연세대 재학 중 홍대 클럽을 인수할 만큼 잘 나갔지만 20대 중반 보석원자재 수입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절망 속에서 빚을 갚기 위해 병역특례로 게임 제작업체 넥슨에 들어갔는데, 이곳에서 스마트폰 사업에 눈을 떴다. 그는 우직하고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 처리를 0.5초 내 할 수 있고 저장 시간도 기존 앱의 60% 수준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사람을 연구하라
'국대떡볶이'는 꽃미남 직원들과 복고풍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젊은 여심을 공략하고 중ㆍ노년층에겐 학창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인데, 김상현 대표의 치밀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2010년 이화여대 앞 노점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양념과 야채를 종류별로 바꿔가며 손님의 반응을 체크하고 맛을 연구했다고 한다. 수백 차례 반복하며 고객 반응을 연구한 덕에 그는 현재 70호점이 넘는 대형 프랜차이즈 대표가 됐다.
김현진 레인디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억대 매출을 올린 경험이 있다. 15년 전 호주 유학 시절 유학생들이 전학ㆍ입학 수속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교육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해 8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연구하는 것을 즐긴 게 사업 밑천이 된 셈이다. 레인디는 웹으로 상점 정보와 공간 내부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제공하는 업체. 김 대표는 "결국 사업이란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으로 번 돈의 일부는 창업에 관심 있는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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