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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산더미…중소형 매수세도 실종/ 경기 서북부 주택시장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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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산더미…중소형 매수세도 실종/ 경기 서북부 주택시장 '설상가상'

입력
2012.02.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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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사는 A(48)씨는 지난해 말 이사를 가기 위해 28평형 아파트를 내놓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당시 시세보다 10%이상 낮은 급매로 내놨지만 두 달간 받은 매매 문의전화는 단 한 통이 전부였다. A씨는 지난달 같은 단지에 1,000만원이나 더 싸게 내놓은 급매물도 팔리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는 할 수 없이 그보다 500만원 더 싸게 내놓았다. 하지만 곧바로 500만원이 더 싼 매물이 나왔고, 결국 A씨는 가격 내리기 경쟁을 포기했다. A씨는 "신도시 내 중소형이라 쉽게 팔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수세가 없을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 했다.

서울 배후 지역으로 각광 받았던 고양, 파주, 김포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이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로 쌓인 미분양 아파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경기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서북부 일대 미분양 아파트는 김포 한강신도시 400여 가구, 고양 삼송지구 300여 가구, 파주 교하ㆍ운정신도시도 400여 가구에 이른다. 더구나 앞으로 한강신도시와 교하ㆍ운정신도시에서 수천 가구의 분양 계획이 잡혀 있어 미분양 물량은 가중될 전망이다.

아파트 매매가 실종되면서 고양 덕이지구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중개업소 18개 중 절반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 식사지구도 대형 평형 아파트들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입주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포 H부동산 관계자는 "한강신도시 중심부인 장기동 일대를 제외하고는 운양지구, 양곡지구는 미분양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장기동에서도 140㎡이상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경기 서북부에 미분양 아파트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태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최근 집중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5만5,000여 가구가 분양 중에 있다. 또 파주 교하ㆍ운정신도시는 8만여 가구, 고양 삼송ㆍ식사ㆍ덕이지구는 1만8,000여 가구에 달한다.

분양 아파트 중에 140㎡이상 중대형 평형이 많은 점도 미분양을 부추기고 있다. 이 지역에 아파트 개발 계획이 짜여지던 2005~2007년 무렵 중대형 평형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행사들이 수익이 많이 나는 대형 평형을 많이 건설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서울 은평뉴타운과 강서 마곡지구 등 경기와 인접한 서울 외곽 지역의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이 겹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는 석진성(48)씨는 "개학을 앞둔 요즘은 본래 주택 매매가 1년 중 제일 활발한 시기인데 지금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전세만 일부 거래되고 있다"면서 "주택 거래가 활성화 되려면 전반적인 시장 활성화 외에도 경기 서북부 지역에 쌓여 있는 대규모 택지지구의 미분양이 어느 정도 소진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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