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인간극장'이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살아가는 젊은 부부 이야기 '여기에 사는 즐거움' 편을 13~17일 오전 7시 50분에 방송한다.
숲과 계곡이 모두 눈에 파묻힌 곰배령 산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강원 인제군 강선마을. 무한궤도 바퀴를 장착한 차량만 간신히 들어가는 곳이지만, 10가구 남짓한 마을 사람들은 함께 눈을 치우고 밥을 해먹으며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김수영(42) 정영희(37)씨 부부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영희씨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 시절 만난 수영씨는 영화와 음악을 함께 얘기하던 벗이다. 수영씨는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희씨는 그를 동반자로 선택했고 함께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우연히 찾은 여행길에서 둘은 곰배령에 반했다.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고 이곳에 정착했다.
산골에 정착한 지 10년. 도시에서 자란 부부지만 이제 이들의 삶은 곰배령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수영씨는 땔감을 해 나르고 막힌 연통을 뚫고 영희씨는 남편이 신을 털양말을 뜨느라 분주하다. 계곡 깊숙이 자리잡아 겨울 해가 유난히 짧은 집을 새로 짓겠다고, 쉬엄쉬엄 망치를 두드리는 모습에도 여유가 있다. 얼음판 위에서 동네 주민들과 축구도 즐긴다.
등산객들에게 직접 만든 장아찌나 미숫가루를 팔아서 버는 돈과 간간이 들어오는 번역일이 부부의 수입이다. 도시인의 기준으로는 고정수입이랄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에 익숙해진 부부에게 모자람은 없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부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불편하다. 하지만 그래서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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