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북아일랜드에서는 양식하던 연어 10만 마리가 폐사했다. 해파리가 수십㎢의 해역을 뒤덮은 탓에 연어가 질식해 죽은 것이다. 이후에도 해파리 떼의 습격은 계속됐다. 호주 일본 미국 영국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수가 급증한 해파리가 전 세계 바다를 점령할 거라는 '해파리 지배설'이 힘을 받았다.
그런데 이달 2일 과학학술지 <네이처> 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서 세계해파리그룹(GJG) 연구진은 해파리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으며, 해파리 지배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조차 한반도와 일본 연안은 예외로 분류했다. 이곳에서 해파리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
실제 해파리는 전북 군산, 경남 통영 등 국내 연안 곳곳에서 자주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수온 상승, 무분별한 어획, 중국 연안 개발에서 흘러나온 오폐수를 꼽는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해파리는 20여종이다. 그 중 1m를 넘는 독성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처음 발견된 건 2003년. 이를 전후로 라스톤입방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유령해파리, 야광원양해파리 등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독성 해파리도 빈번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온이 올라 이들이 살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09년까지 41년간 한반도 연안의 평균수온은 1.31℃ 올랐다. 현재 남해 연안의 연평균 수온은 18~19℃로, 불과 수십 년 만에 아열대 바다의 연평균 수온(18~20℃)과 비슷해졌다.
아열대 해파리가 국내로 유입되는 데는 해류 흐름의 변화도 한몫 했다. 한반도 연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줄기는 쓰시마난류다. 이 난류는 필리핀 인근 바다에서 북상하는 쿠로시오 해류에서 갈라져 대한해협을 지나 일본 연안으로 흐른다. 그런데 수온이 오르면서 이 난류의 흐름이 불안정해졌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윤원득 연구원은 "최근엔 쓰시마난류가 한반도 쪽으로 흐르기도 한다"며 "해류를 탄 아열대 해파리가 국내 연안으로 들어오는 지름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획도 해파리 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파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어린 물고기의 먹이 역시 동물성 플랑크톤이다. 해파리와 어린 물고기는 같은 먹이를 두고 싸우는 경쟁자인 셈이다.
그런데 1970~80년대 고기잡이에 나선 사람들은 국내 연안에서 물고기를 마구 잡아들였다. 요즘은 중국 어선이 서해 등으로 넘어와 경쟁적으로 물고기를 잡아간다. 무분별한 어획으로 먹이 경쟁자인 어린 물고기 수가 줄자 해파리가 대량 번식하기 시작했다. 해양생태계가 허물어진 자리를 해파리가 채우게 된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연안 도시를 개발하면서 서해로 흘러든 오폐수는 해파리 성장을 가속화했다. 오폐수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인 유기물이 잔뜩 있다. 그래서 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면 적조현상이 생긴다. 바다 위를 가득 메운 이 플랑크톤이 죽으면 부패가 시작되는데, 이때 많은 양의 산소가 쓰여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해양 동식물이 살기 힘든 환경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악조건에도 해파리는 끄떡없다. 어류는 바닷물의 용존산소량이 4ppm 이상은 돼야 살 수 있지만, 해파리는 1ppm만 되도 번식하고 성장한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영실 유해생물팀장은 "오폐수로 오염된 '죽은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어류는 떠나지만 해파리 수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파리의 천적이라고 할 만한 어류가 없다는 점이다. 쥐치 등이 해파리를 먹긴 하지만 천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들에게 해파리는 모자라는 먹이 대용에 그친다.
윤 연구원은 "수산업 총량제를 강화해 남획을 줄이고, 유기물이 없도록 정화한 오폐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국제 공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한 국내 연안에 출몰하는 해파리 수는 늘 전망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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