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번식력은 엄청나다. 해파리는 한 번에 200만~300만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폴립과 유생, 두 단계를 거쳐 해파리가 된다. 알은 부화해 폴립이 된다. 이 폴립은 다시 분열해 250여개의 '딸폴립'을 만든다. 폴립 한 개에서 만들어진 유생 20여 마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해파리로 성장한다. 알 한 개에서 나오는 해파리 수가 500여 마리란 얘기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0년 12월 기준 새만금 방조제 안쪽 해역에서 폴립 23억 마리가 발견됐다. 이 해역이 점차 담수화하면서 서식 조건이 변하자 폴립 수는 최근 당시의 3%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은 양은 아니다.
해파리 떼의 습격에 대비하려면 국내 연안에서 발견되는 폴립의 정체를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견되는 해파리 20여종은 폴립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육안으로는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해양연구원 남해특성연구부 이택견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폴립의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CO1' 유전자를 분석해 폴립이 어떤 해파리가 될지 정확하게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미량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그 중 CO1 유전자는 모든 생물이 다 갖고 있지만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해파리마다 특이적인 CO1 유전자 염기서열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같은 해파리라도 CO1 염기서열은 종(種)마다 20~70%정도 다르다"고 말했다.
폴립을 분석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유전자증폭기술(PCR)로 해파리에서 분리한 CO1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이때 약 2시간이 걸린다. 그런 다음 이미 구축해 놓은 해파리 CO1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DB)와 비교하면 해당 폴립이 어떤 해파리가 될지 미리 알 수 있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한국바이오칩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칩 저널> 에 소개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겨울엔 해파리가 잘 나타나지 않아 해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많은 폴립이 바다 바위에 붙어 있다"며 "폴립의 종류와 양을 미리 알면 다가오는 여름에 어떤 해파리가 많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파리가 대량 출현할 걸로 보이는 지역에 경고를 내리는 등 사전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쉽게 보는 보름달물해파리 폴립은 육안으로도 알아볼 수 있지만 다른 해파리 폴립은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유전자 검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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