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벗은 이대호(30ㆍ오릭스)의 방망이가 오키나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대호는 12일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홍백전에 홍팀의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 2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뒤 예정대로 교체됐다. 실전 데뷔전이었던 전날 청백전에서도 2타수 2안타를 때리는 등 이틀 동안 4타수 4안타 1타점의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뽐내며 오릭스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이날 2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출루하더니 4회 2사 2루에서 다시 좌전 적시타로 첫 타점까지 올렸다.
특히 첫 날 안타 2개는 모두 힘들이지 않고 밀어 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면 이날은 작심한 듯 풀 스윙으로 잡아 당겨 안타를 만들어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최근 2년간 '타격 10관왕'에 빛나는 한국산 거포의 물 오른 타력이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
지난 11일엔 밀어치기와 함께 초구 공략이 돋보였다.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투수 니시 유키의 초구를 힘들이지 않고 밀어 쳐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니시는 오릭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지난 시즌 10승7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한 유망주. 이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를 공략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기록했다. 첫 안타보다 더욱 강하고 멀리 나간 2루타성 타구였다.
이틀 동안 오릭스의 경기엔 한신과 지바 롯데 등 무려 6개 구단의 전력분석원이 나타나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였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방망이가 나오는 게 좋다. 저런 타격은 타율을 높인다"며 밀어치기에 대해 극찬했다. 또 "4번 타자가 저렇게 치면 상대 투수가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게 밀어치기. 이승엽(삼성)이 일본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이유 중 하나도 밀어치기 구사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두 번 모두 초구를 공략해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 투수들의 자로 잰 듯한 컨트롤과의 싸움에서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부터 초구 공략과 밀어치기에 능숙했다.
이대호는 12일 모두 당겨치는 타법으로 왼쪽에다 안타를 만들며 자유자재로 방망이를 컨트롤할수 있다는 것도 자랑했다. 이대호는 "우연일 뿐이었다"며 겸손해했지만 '부채살 타법'은 일본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일본 언론도 비중 있게 이대호의 소식을 다뤘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인 스포츠닛폰은 12일 "이대호가 첫 실전 무대에서 한국에서 타격 3관왕을 두 번이나 차지한 실력을 유감 없이 과시했다"고 극찬했다.
청백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방망이를 예열한 이대호는 오는 18일 한신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연습경기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함태수기자 ht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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