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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스포츠 승부조작의 막후 불법베팅사이트 100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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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스포츠 승부조작의 막후 불법베팅사이트 1000여개

입력
2012.02.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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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현금으로 벤츠를 사더라니깐요."

지난해 A(29)씨는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보통의 월급쟁이가 꿈도 꾸지 못할 큰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1억원이 넘는 벤츠를 현금으로 산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돈을 펑펑 써댔다. A씨는 그렇게 1년 넘게 재벌 행세를 했다.

"사설 불법 베팅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A씨가 갑자기 큰 돈을 벌게 된 이유였다. 지인들과 함께 5,000만원을 투자해 사이트를 만들었고 서버를 해외에 뒀다. 대포 통장과 대포폰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보다 배당률을 높이니 사람들이 몰렸다. 서버를 관리하는 6명의 직원에게 넉넉한 월급을 주고도 투자액을 2개월 만에 회수했다. 3개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KEPCO의 전ㆍ현직 선수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지난 8일엔 국가대표 출신인 임모(27)씨와 박모(24)씨까지 긴급 체포됐다. 배구 관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종목 특성상 승부 조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2009~10시즌부터 '검은 거래'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원흉은 불법 베팅 사이트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이 아닌 '사설' 베팅 사이트였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온라인 베팅 사이트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한 불법 베팅 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무려 12조7,400억원이다.

A 씨는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배구만 해도 베팅할 수 있는 종목이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가 넘는다"며 "브로커와 선수가 충분히 짜고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트마다 어떤 팀이 선취점을 먼저 내는지, 세트마다 어떤 선수가 선취점을 내는지 등 승패와 관련 없는 종목이 많기 때문에 선수가 마음먹기 달렸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며 당장 프로야구계도 비상이 걸렸다. 더 이상 승부조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 의식이 대두되고 있다. 사실 불법 사이트에서는 이미 프로야구를 대상 경기로 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가 매일 생중계하고 있는 만큼 배구, 축구와 함께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충격적이다. 1회초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고 치자. 안타를 칠지, 홈런을 칠지, 삼진을 당할 지, 회원들은 자신의 느낌대로 베팅을 한다. 볼넷은 베팅액에 2배, 안타는 3배, 홈런은 8배다. 땅볼로 죽거나 뜬공으로 물러나면 돈을 잃게 된다. 1회초부터 9회말까지 두 팀이 54번 아웃을 당할 때까지 베팅은 계속 된다.

A 씨는 "야구가 시작되면 1년 중 가장 바쁘다. 회원들이 수시로 입금과 환전을 한다"며 "프로 스포츠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골프, 농구, 해외 축구 등 종목이 많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하루에 어느 정도 돈거래가 일어나는지 묻자, "회원이 많은 곳은 억 단위로 돈이 오고 간다고 들었다. 보통 1,000만원 안팎이다"며 "해외 사이트나 스포츠토토 보다 기본적으로 배당률이 높은 만큼 회원들의 베팅액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스포츠 베팅에 대한 처벌수위를 강화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불법 스포츠사이트를 통해 베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고, 운영자나 승부조작 가담자의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게 개정했다.

하지만 A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한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더니 교묘히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고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A씨가 들어간 주소는 처음엔 해외 인터넷 쇼핑 사이트였지만, 로그인을 하자 불법 베팅 사이트로 변했다.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가 들어가도 주소를 바꾸면 그만이다. 새 주소는 문자나 트위터로 알려주고 있어 회원수는 줄지 않는다." A 씨는 "스포츠는 1년 365일 열린다"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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