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기도설이 나돌던 왕리쥔(王立軍) 중국 충칭(重慶)시 부시장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서 하룻동안 머문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왕 부시장이 7일 하룻동안 지내다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국 요원에 의해 베이징(北京)으로 압송됐다고 10일 보도했다.
밍바오는 총영사관에서 나온 왕 부시장의 신변 확보를 놓고 황치판(黃奇般) 충칭시장이 보낸 충칭시 공안과, 베이징에서 급파된 국가안전국 요원들이 약간의 충돌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9일 이례적으로 "유관 부문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충칭시장이 왕 부시장을 충칭으로 데려가려 했던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데 왕 부시장이 작성한 '전세계에 보낸 공개서신'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왕 부시장은 3일 서신을 작성한 뒤 6일 보시라이 (薄熙來) 충칭시 당 서기에 대한 서류를 들고 청두 총영사관을 찾아갔다. 공개 서신에는 '보 서기는 청렴한 것으로 보이지만 탐욕스럽고 여자를 밝힌다' '재물을 수탈하는 가족을 두둔하는데 그 금액이 놀라울 정도' '이미 많은 증거자료를 확보했고 상관 부문에도 알렸다' 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보 서기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던 왕 부시장의 이 서신은 두 사람의 관계가 넘지 못할 선을 넘을 정도로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왕 부시장의 속내와 두 사람의 관계는 국가안전국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결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시중에는 사정의 칼날이 왕 부시장 개인을 겨냥하자 보 서기가 자신과의 연관성을 끊기 위해 관계 정리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큰 배신감을 느낀 왕 부시장이 보 서기의 아킬레스건을 움켜쥔 채, 혼자 죽지 않겠다는 각오로 몸부림친 것으로 그의 영사관 행을 해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당국의 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조사 결과가 나오면 권력 상층부가 모종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확실한 것은 측근 관리에 실패한 보 서기가 리더십과 명예에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의 정치 운명은 최고 지도부의 결론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전망이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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