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은?
"루쉰이 쓴 <외침> ." 외침>
-왜 이 책을?
"중학교 때 '아Q정전'을 처음 읽었다. 극적인 요소도 없는, 변변치 못한 사람의 변변치 못한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을 두고 사람들이 왜 명작이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루쉰의 글에는 인간을 향한 보편적인 사랑과 헌신이 녹아있다. 마침 루쉰의 소설을 다룬 전집이 나왔다 길래 이 책을 꺼내 들게 됐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루쉰은 일본에서 의학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비참하게 사는 중국인의 모습을 보고, 정신을 뜯어고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된다. 중국에 돌아온 그는 문예운동을 시작하지만 실패한다. 그런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중국 신해혁명 뒤에 쓴 것이다. 1911년 중국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이 청 왕조를 무너뜨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무지몽매했다. 고통도 많이 받고. 사회 부조리가 곧 개인 삶의 문제로 연결되던 시대에 쓰였기 때문인지 소설은 시대와 개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동시에 생각하게 된다."
-인상적인 대목은?
"나 자신에게 있어서야, 나는 이제 절박해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야 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지난 날 그 적막 어린 슬픔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 터, 그래서 어떤 때는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고함을 내지르게 된다. 내 입장에서도 내 젊은 시절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청년들에게 내 안의 고통스런 적막이라 여긴 것을 더 이상 전염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추천한다면?
"오늘날 사회가 혼란스럽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요즘은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책이 많이 나오는데, 루쉰의 글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루쉰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면 시대와 대결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루쉰이란 인물 자체가 자신이 살던 시대와 진정으로 맞섰던 인물이니까."
<외침> 은 루쉰이 1918~1922년에 쓴 소설 14편을 묶은 단편집이다. '아Q정전' '광인일기' '쿵이지' 등이 수록돼 있다.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권력을 풍자한다. 그러면서도 약자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루쉰의 인류애를 엿볼 수 있다. 외침>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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