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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 조강지처에게 듣는 '대문호의 순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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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 조강지처에게 듣는 '대문호의 순수 시대'

입력
2012.02.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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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폴라 매클레인 지음·이은선 옮김

/21세기북스 발행·504쪽·1만3,800원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파리에서 보낸 20대 시절(1921~28)을 회고한 책(원제 < A Moveable Feast>)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기 전에 죽기를 바랐다." 당시 그는 출세작인 첫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1926)의 출간을 앞두고 두 번째 부인이 될 폴린 파이퍼와 밀애를 즐기고 있었다. 평생 네 번 결혼하고 수많은 애인을 뒀던 정력가의 뜻밖의 순애보에서 영감을 얻은 미국 작가 폴라 매클레인(47)은 첫 부인 해들리 리처드슨을 화자로 세운 이 소설을 통해 헤밍웨이를 둘러싼 신화와 추문을 걷어내고 그 진면목에 다가서려 한다.

소설이지만 허구적 상상력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작가는 헤밍웨이와 해들리의 전기, 1920년대 파리 예술계 관련 자료를 폭넓게 살펴 역사적 사실에 최대한 부합하는 이야기 틀을 튼튼히 세웠다. 그 덕에 이 소설의 요체라 할 수 있는 헤밍웨이-해들리 부부의 일상과 대화, 심리에 관한 묘사는 상상의 영역임에도 생생한 사실성을 획득한다.

여덟 살 연하의 작가 지망생 헤밍웨이와 결혼해 파리로 이주한 해들리. 그녀는 가난 속에서도 남편의 창작 활동을 아낌없이 격려하는 전통적 여성으로 묘사된다. 자부심은 강하지만 작품을 실을 지면을 좀처럼 얻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하고 휘청대는 헤밍웨이의 젊은 날은 '과시적인 남성미'로 굳어진 그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헤밍웨이가 마침내 파리 문단의 '대모' 거트루드 스타인의 후원 속에 이름을 알리고 외간 여자들과 염문을 뿌릴 때 소설은 해들리의 복잡한 심리를 공들여 묘사한다. 외도하는 남편에 대한 분노, 화려하고 분방한 파리 사교계 여성들에 대한 열등감, 그러면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자존심 섞인 분투. 이들 부부 사이에 해들리의 친구인 미모의 전문직 여성 폴린이 끼어들면서 결국 파국이 찾아든다. 이로써 헤밍웨이 스스로 "너무나 가난하고 또 너무나 행복했던 시절"이라 했던 그의 파리 시대, 그러니까 그의 순수 시대는 막을 내린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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