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개 금융기관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대출자들에게 26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정부 예산으로 금융 피해자를 지원하는 저축은행피해자지원법이 추진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은 9일(현지시간) 각 주정부와 이 같은 내용의 조정안에 합의했다. 지원금 가운데 200억달러는 100만명의 하우스푸어에게 모기지 또는 모기지 금리의 경감을 통해 2만달러씩 돌아가며, 15억달러는 압류로 집을 잃은 75만명에게 지급된다. 아직 협상 중인 다른 9개 금융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지원금 규모는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주택시장 붕괴를 초래한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잘못이란 서류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고객의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하고 부당하게 주택을 압류해 피해를 키운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로 인해 초래된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현재 모기지 주택 5채 가운데 1채는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인데 그 차액만 7,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금융기관들이 거액을 내놓기까지 미 정부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금융기관을 1년 넘게 압박했다. 정부가 금융기관 잘못을 조사해 부당한 관행을 개선시키고 또 부당한 관행에서 얻은 고수익을 되돌려 주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간과했으며 모기지를 정상적으로 내는 고객들에게 사실상 손해를 입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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