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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칡뿌리 칫솔·박스 신발·다용도 가방…착한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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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칡뿌리 칫솔·박스 신발·다용도 가방…착한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

입력
2012.02.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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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경영을 전공하는 성소라(27)씨는 지난해 여름 친구 6명과 필리핀의 오지인 딸란딕(Talaandig)지역을 다녀왔다. 그 흔한 유명 관광지가 아닌 오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씨는 공정여행 내용을 담은 라는 책을 읽고 오지 여행을 생각했다고 한다. 성씨는 여행 기간 동안 현지식만 먹고, 샤워시설도 없는 곳에서 불편을 일부러 감수했다. 성씨는 “냇가에서 몸을 씻느라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느낀 점은 더 많았다”며“현지 사람들의 생활과 고통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현지인들의 열악한 위생문제였다. 특히 평소 이빨을 잘 닦지 않는 습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치통 등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성씨는 “현지에서 13세의 한 남자 아이가 치통으로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그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눈가를 훔쳤다. 그는 귀국 후 현지인들을 위한 칫솔을 생각해 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시스템디자인 전공인 구경완(31)씨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대나무, 칡뿌리 등 자연소재 칫솔을 만들게 됐다. 이 칫솔은 필리핀 오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에다 세정효과가 있는 칡뿌리를 꼽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씨는 “모잠비크, 케냐 등 아프리카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해와 평소에도 소외 계층을 위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며“이 칫솔 소재도 공산품을 구하기 힘든 저개발국 저소득층을 위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씨와 구씨는 이 칫솔로 현대하이스코와 기아대책이 주관한 ‘착한기술과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이번 공모전에서는 중국 티베트 여성들을 위한 ‘착한 지게’, 필리핀 쓰레기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다용도 가방’, 저개발국 아이들을 위한 패턴디자인 ‘박스 신발’,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펌프 ’등도 우수상으로 뽑혔다.

저개발국 아이들을 위한 종이 박스 신발을 고안한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 전공인 고은지(25)씨는 대학 2학년 때 필리핀 오지로 봉사활동을 갔을 당시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던 어린이들을 보고 이번 디자인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현지에서 신발은 사치품과 다름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신발을 사줘 봐야 얼마 지나지 않아 닳아 없어지는 만큼 그들이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해 신을 수 있는 신발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 것이 구호용 박스.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구호용 박스를 종이 접기 형태로 슬리퍼로 만드는 것이다. 고씨와 함께 작업한 같은 과 임채린(23)씨는 “간단하면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며“실제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실제 제품을 신겨보고 보안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에 입상한 학생들은 2월 6일부터 11일 까지 5박6일 동안 필리핀의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오지인 빠야타스로 봉사활동 및 탐방을 떠났다. 이들은 이 기간 자신들이 디자인하고 만든 제품을 현지 주민들에게 시현해 보고 개선점을 찾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현대하이스코 관계자는 “단순히 적정기술을 선정하고 상금을 전달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통해 저개발국가에서 현지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디자인 제품들도 여러 보완 과정을 거쳐 실제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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