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강제 휴무 조례 제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에서는 조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구에 대형마트나 SSM이 몇 곳 없고, 아파트 내 복합상가가 대부분 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9일 "구에 SSM은 아예 없고, 대형마트도 단 한 곳밖에 없어 시에서 표준안이 내려와도 조례제정에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말로 강제 휴일을 지정하면 주민 불편 등이 예상돼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구의원은 "(강제 휴일을)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주말을 강제 휴일로 지정하면 직장생활을 하는 주민들 불편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구의 경우도 구내에 재래시장이 단 두 곳뿐이어서 주말을 강제휴일로 지정할 경우 주민 불편이 예상된다. 서초구에는 대형마트 5곳, SSM 21곳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김수환 서초구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양재종합시장은 등록된 점포가 3개인데 정육점 방앗간 같은 것들이고, 생선가게 하나 없는 유명무실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안숙 구의원은 "일요일에 대형마트와 SSM이 한꺼번에 문을 닫는다면 직장에 다니는 주민은 어떻게 생활 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서초구는 유통산업발전법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법은 전통시장(재래시장) 보호를 위해 기초자치단체가 대형마트와 SSM의 월 1~2회 강제휴무, 0~8시 영업제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재래시장이 2개뿐인 구는 별 상관이 없다.
강성길 서초구의원은 '(대형마트ㆍSSM) 의무 휴업일은 매월 2일로 하며, 두 번째 월요일과 4번째 일요일로 지정한다. 다만 구에 본점을 둔 대규모 점포 등은 예외로 한다'는 조례 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송파구는 인근 자치구와 강제휴무 요일을 맞출 방침이다. 송파구에는 대형마트 18곳과 SSM 36곳이 있는데, 재래시장은 한 곳에 불과해 이들이 타구 점포와 한꺼번에 휴무에 들어갈 경우 주민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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